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rge Lutens Jun 19. 2023

<잠시 잊어보는 것>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짠 맛이 나는 바람에 걱정을 날려보낸다. 그리고는 내려가서, 모래사장에 드러누워 달콤한 낮잠을 청한다. 모래알의 개수만큼 담긴 모래시계를 뒤집었다. 누구도 나를 깨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편안히, 스르르 눈을 감는다.


비가 한두 방울 내리기 시작한다. 아, 눈을 붙인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러는 거야. 괜히 눈이 따갑다. 하늘은 점점 빠르게 모래알을 뭉친다. 그래서 눈이 따가운 건지… 그러면 내 안에 있는 비는 뚝 그쳐야지. 조금 전에 걱정을 날려보낸 건 거짓말이야?


아니, 내 안에 있던 바람에는 날려보내지 않았으니까. 사실은 날려보내면 안되니까. 지금 이 순간도 모래알은 아래로 떨어지고 있기에,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다시 눈을 감아본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각자의 빛과 소금같은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의 바람이 있는 한 항상 한 가지 맛만 있을 수 없는 걸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한 일. 단지 잊어보려 미소띠며 눈을 감을 뿐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