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고 늘 생각해왔다. 좋아하는 노랫말에서 실수의 틈새에서도 사랑은 흐르고 있다는 말처럼, 제 아무리 어그러진 것일지라도 감싸안는다. 날카로운 칼날을 거즈로 감싸듯이, 우리는 우연이 필연이었는지, 필연이고 싶은건지 구분이 가지 않을만큼 절실히 사랑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각자의 시선으로 사랑을 찾아나서며 매일을 살아간다. 과거가 내게 무엇도 준 것이 없는 암흑 속이더라도 그저 살아간다. 때로는 숨이 턱끝까지 차오를만큼 뛰다가도 숨을 고르며 저마다의 춤추는 리듬을 찾곤 한다. 그러곤 등대와 같은 어슴푸레한 불빛이 비출 때, 달리는 나의 두 그림자가 태어난다. 그렇기에 사랑하는 것에 기대를 저버리는 건 참 어렵다. 그래도, 그래도 하다가 매일을 살아갈 수 없을까봐. 면도기로 수염을 깎다 갑자기 맥가이버 칼로 수염을 깎으라는 기분이라도 이것 역시 적응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