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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ge Lutens Dec 17. 2023

<청소>

따스한 햇살이 어서 집 밖으로 나오라고 보챈다. 누워서 하얀 구름을 바라보며 삼켜내고 싶은데, 정작 보이는 건 언제 나간지도 모를 차가운 전등 하나. 전등도 갈아끼우고 간만에 대청소를 해볼까. 돌돌이와 레몬향 청소포로 사뿐히 내려앉은 먼지를 삼킨다. 머리카락은 왜 이렇게 많이 떨어져있지. 차갑게 식은 바닥을 무릎을 꿇은 채로 구석구석 닦아낸다. 바깥에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잠깐 쉴 때 들어간 인스타그램에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웃음꽃을 피고 있어. 뭐하고 있는 걸까, 나는. 다음은 화장실 청소. 분명 샤워만 하는 화장실인데 틈이란 틈에 때는 왜 끼는거야. 싸구려 샴푸를 솔에 묻혀 바닥을 닦다 중심을 잃고 넘어진다. 헛웃음이 나온다, 하하. 요즘 물이 잘 빠지지 않아 배수구를 열어보니 머리카락이 마구 뒤엉켜있네. 윽, 아무리 내 머리카락이지만 징그러워. 더러워진 내 몸도 청소를 하니 역시나 물이 잘 빠지구나.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분리수거를 하고… 언제 이렇게 어두워진거야. 햇살은 자취를 감추고 언제 검은 구름이 드리워진건지. 아직 피지 못한 꽃같은 날이 계속되는 매일을 살아가면서, 흐린 세상을 먹어치우다가 옅은 미소마저 잃을 것 같아. 그럼에도 갈아끼운 전등이 아직 남아있는 레몬의 잔향을 안아주고 있어 다행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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