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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gi Jul 26. 2024

보이지 않는 미래가 불안한 우리에게



군 생활을 막 시작한 이등병 때의 일입니다. 각 잡고 앉아 있었던 저에게 한 병장이 말을 걸었습니다.


“야 눈감아봐”


저는 관등성명을 대고는 눈을 감았습니다. 속으로 무슨 짓을 하려고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그가 말했습니다.


“앞에 뭐가 보여?”


저는 고민 없이 대답했습니다.


“아무것도 안보입니다”


그러자 낄낄거리며 그가 말했습니다.


“껌껌해서 안 보이지? 그게 앞으로 니 군생활이야”


그때는 하늘 같았던 병장이라 얄밉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앞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 군생활뿐만이 아니라 인생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는 예측 가능한 세상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과 걱정은 대부분 알 수 없는 미래 때문에 생겨났습니다. 한 치가 3 cm 정도인데, 정말 한 치 앞도 볼 수 없이 캄캄하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불안을 이겨내려고 무언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도 걱정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미래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노력은 좋은 결과를 낼 가능성을 높여주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행운이라는 놈이 그 가능성 자체를 없애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교수에게 가장 알고 싶은 것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의 답은 이것이었습니다.


“결과가 성공적일 때 행운의 정확한 역할입니다”


측정 불가능한 행운이라는 존재는 누구에게나 다루기 어렵습니다. 야구를 보며 9회 말 2 아웃에 승리를 확신하는 순간 역전 끝내기 홈런을 날릴 수 있는 것이 바로 행운입니다. 누군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행운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인생은 행운이 만든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 같습니다. 갈매기를 그리려고 매일 정성을 들였는데 지나고 보니 때로는 참새가 되어있습니다. 다음번엔 거대한 독수리가 되어 있기도 합니다. 어떤 그림이 나올지는 붓을 든 내 손과 도화지가 함께 만들어 갑니다.


불확실성 투성이인 삶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오늘도 갈매기를 그릴지 말지는 내가 통제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그 외의 모든 것들은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아무리 마음을 쏟아도 내가 바꿀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대 로마 철학자 키케로는 궁수 이야기를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궁수는 과녁을 맞히기 위해 활을 잘 관리하고, 화살을 신중하게 겨누고, 정확한 시점에 화살을 발사합니다. 그 순간 바람이 불거나 예상치 못한 다른 변수들이 개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화살이 활을 떠나면 궁수는 이러한 외부적인 요인들은 통제할 수 없습니다. 궁수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자신의 기술을 최대한 발휘하고, 가능한 한 정확하게 겨눠 발사하는 것뿐입니다."


다음 주에 프레젠테이션이 있다면 나는 준비를 하면 됩니다. 사람들이 내 발표를 별로라고 생각하면 어쩌나 미리 불안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일 연주회가 있다면 나는 연습을 하면 됩니다. 진심을 담은 박수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것은 나를 힘들게 할 뿐입니다.


미국의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는 이런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하나님,

제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함을 주시고,

제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그 둘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우리에게도 그의 평온함과 용기와 지혜가 깃들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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