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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im Park Jul 08. 2016

#0.Backpack Honeymoon

Prologue. 한국 안동 Day -1

땋은 머리 붙이는 중

-저와 단은 3년 전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만나서 2016년 6.25일에 전통혼례로 결혼을 했어요. 둘 다 여행을 좋아해서 신혼여행으로 4달 동안 베트남, 유럽(순례자의 길 포함), 미국, 캐나다를 가기로 했어요. 최종 종착지는 단의 고향인 몬트리올입니다. 둘 다 올해 싱가폴에서 일하던 직장을 때려쳐서 시간이 많거든요...훗...통장 잔고는 빠르게 줄어드는 중이지만. 어떻게 만났고 어떤 여행을 결혼 전에 함께 했는지도 나중에 쓰고 싶어요. 일단은 매일매일의 기록을 남길 생각입니다!


제길, 처음 쓴 일기가 다 날아갔다. 다시...

아침 일찍 일어나 세수도 하지 않은 체로 미용실에갔다. 태국을 다녀온 이후로 만나는 사람마다 감탄하는 피부 덕분에 화장이나 한복이 어울리지 않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다이빙하고 신나게 놀때는 좋았는데 곧 새신부가 된다는 걸 깜빡했네.. 5월에 싱가폴에서 아시아나를 타고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승무원이 자꾸 영어로 말을 걸고, 오랜만에 찾은 모교에서는 귀여운 남학생이 용기내서 영어로 나에게 길 안내를 해주려 했다.

오늘이 드디어 마지막이다. 단과 한국에 온 이후 한달 동안 계속 사람들을 만나며 정신없이 보내고 단의 동생과 어머니가 온 후에도 그리 마음 편한 시간들은 아니었다. 캐나다에서 만났던 그들이랑은 조금 다른, 경직되고 스트레스 받은 모습으로 단 어머니, 릴리는 안동을 온 이후에는 꼭 다문 입이 미소 짓는 일조차 드물었다. 한국에서도 특이하게 대가족이 모이는 집안이라 많이 생소하셨겠지. 단에게 말한것처럼 단이 이렇게 한국문화에 잘 어울리고 밝은 것에 대해 너무 감사하다. 어쨌던 이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니 오늘만 잘 보내보자.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은 우리니까, 다른 사람들 신경 쓰지 말자. 묘한 기분으로 얼굴에 여러겹 화장이 덧칠해지고 있을 때 경진이가 왔다. 내 편이 왔다는 생각에 너무 반갑고 내 결혼식에 경진이가 함께해서 행복했다. 킴(단 동생)과 릴리 의사소통을 도와줘서 하루종일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 서글서글하고 싹싹한 진이는 결혼식 후에도 여러 사람이 걔 누구냐고 물어볼 만큼 인기만점 이었다. 역시 내 친구! 스윙댄스를 같이 배우며 인연이된 북실오빠가 얼른 와서 이 시간을 기록으로 남겨주길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가 오니 기분이 한층 밝아지고 설렜다. 화장은..내 스타일은 전혀 아니지만 신부니까..이렇게 하얗고 진하게 하는게 맞는거겠지.

결혼식장으로 가는 길

화장 완성 후에 아빠와 단과 같이 한복을 입으러 갔다. 땋은 머리를 붙이고 올린 후 비녀를 꽂은 머리와 한복을 입으니 정말 새색시가 된 느낌이고 영화의 주인공이 된것 같았다. 나는 양갓집 규수, 단은 나를 지키는 호의무사? 단 도령? 단과 손을 꼭 잡고 태사묘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한복을 입고 시가지를 거니는 느낌이 재밌다. 다행히 아직 손님들이 아무도 오지 않아 한옥 이곳 저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땀을 많이 흘리는 단을 위해 아이스패치며 휴대용 선풍기 등 많이 준비했는데 효과만점이었다. 우리 모두 설레는 기분을 느끼며 사람들이 많이 도착했다는 얘기에 문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이런 날도 있구나. 내가 정말 주인공이고 나로 인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날이. 그들은 서로를 모르는데 나에게는 너무 익숙한 모두들. 결혼식은 생각이상으로 재밌었다. 팔을 계속 들고 있어야 해서 저렸던 것 만 빼면, 고등학교 친구가 오리를 들고 오고 단이 콩을 밟고 세림 아이러뷰 세림 사랑해요를 외치고 나는 뒷 문켠에서 훔쳐보며 누가 왔나 살펴보고. 

원래 새신부는 고개를 들고 저렇게 활짝 웃으면 안돼요..

나는 방정맞은 새신부였다. 우리 고모가 나 너무 웃는다며 구박했지만 좋은걸 어떻게 하나요. 우리 단이 너무 듬직하고 멋진데. 조금 길게 느껴졌던 폐백과 사진촬영이 끝나고 피로연장에 가서 오신 손님 모두에게 인사 드렸다. 친구랑 더 많은 얘기를 하며 시간을 나눌 수 없는게 조금 속상했다.

결혼식 후 집으로 와 짐을 챙기고 바로 숙소로 향했다. 단과 함께 모든 것이 끝났다는 안도와 이제 드디어 바래마지 않았던 여행의 순간이 왔다는 설렘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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