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Backpack Honeymoon

Terradillos de templarios 산티아고 순례길 Day17

by Serim Park

*2016년 8월 4일 일기

20160804_103347.jpg

정말 오랜만에 구름 낀 날이다. 다음 마을까지 무려 16km를 그늘 없는 길을 걸어야 하는 우리에게는 정말 다행이었다. 다만 문제는 내 몸 상태. 어제부터 아프기 시작한 오른쪽 골반이 걸음 걸이를 이상하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어제 묵은 알베르게 사람들의 몰상식한 행동 덕분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열 시 반까지 이어 플러그도 소용없을 만큼 떠드는 노부부. 다른 사람들은 정말 전혀 상관하지 않는구나.. 어떤 면에서는 존경심이 생긴다.


어쨌든 절뚝거리며 걷는 덕분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괜찮냐고 여러 번 물어본다. 단도 힘들면 내일부터는 다음 목적지로 짐을 부치자고(4€) 한다. 이 정도로 굴복할 수는 없지!! 고통이 반복되면 몸이 익숙해지는 건지 몇 시간 지나니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었다. 걸어도 걸어도 끝나지 않는 16km.. 보통 쉬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시간당 4km를 걷는데 오늘은 그것보다 시간이 훨씬 걸렸다.


드디어 다음 마을에 도착하고 시원하게 맥주와 간식거리를 사 먹었다. 이후로는 문제없이 목적지까지 쭉쭉 걸었다. 역시 맥주가 필요한 거였니.

20160804_110103.jpg


20160804_181014.jpg
20160804_182241.jpg
시장이 반찬

길가에 있던 콩깍지를 깠더니 이렇게 예쁜 보석 같은 콩알들이 옹기종기.

20160804_113533.jpg

다른 날들과 같은 하루였다. 단지 오늘을 기점으로 절반이상을 걸었다는 것. 남은 절반을 어찌 걸을지 막막하면서도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지나가겠지 싶다. 길고도 짧게 느껴지는 17일이었다.


오늘 알베르게에서 신혼부부라고 했더니 3명이서 묵는 방을 우리 둘이서 쓰게 해 주셨다. 아 고마워라!! 오늘은 편하게 자겠구나. 빨래도 하고 맛있는 밥도 먹고 산책하다가 그늘진 길에서 단과 스윙댄스도 췄다. 새롭게 얼굴을 익힌 사람들과 얘기도 하고.. 단은 저번에 짜증을 낸 게 계속 마음에 걸리는지 풀 마사지를 해줬다. 천사 같은 단!! 제발 내일은 몸 상태가 나아지기를.



20160804_074814.jpg
20160804_215142.jpg
20160804_180044.jpg
매거진의 이전글#37. Backpack Honey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