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는 여자라면 응당 일정한 공간 내의 자유와 외로움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일단 여자고 남자 고를 떠나서 외로움의 공간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늘 다른 이 혹은 다른 이와의 관계(relationship)에서 만족감과 위로를 찾으려 한다.
자유가 없으면 만족감을 느낄 수 없다.
자유가 없으면 위로를 받을 수 없다.
자유가 없으면 사랑도 없다.
사랑이 없으면 관계를 이룰 수 없다.
하여 허울뿐인 ‘사랑’을 위해 자유를 포기하고 관계에게 예속되는 길을 선택할 때 우리의 삶은 그 의미를 잃게 되는 것이다.
관계에 예속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관계는 의무감을 동반한다. 의무감을 수요로 하지 않는 관계는 없다. 있다면 그 자체는 속이 텅 빈 깡통일 것이다. 평생의 시간 동안 의무감에 발 묶이면 안 된다. 발 묶이는 순간 관계에 예속되는 것이고 자유는 절대로 우리에게 찾아오지 않을 것이니.
하여 한 사람에게 있어서 고독의 공간은 필수적이다. 우리는 고독 속에서만이 만족감을 느끼고 위로를 느낀다. 나와 타인은 다른 개체인데 왜 타인에게서 성취감을 느끼려 하는가? 나를 만족시키고 위로해 줄 수 있는 건 나 자신밖에 업다. 내 삶에서의 주체성을 깨달아야 한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고독은 절대로 고립이 아니다. 평생을 혼자 쓸쓸하게 살아라는 말도 아니다. 그저 일주일에서 하루 정도는 시간을 내어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라는 말이다. 혼자 카페를 찾아 책을 본다든가, 일기를 쓴다든가, 혹은 혼자 단풍나무 즐비한 산책길에서 가을을 느낀다든가 하는 것들을 말이다.
실존은 본질보다 앞선다. 즉, 창조된 것은 본질이 실존보다 앞서지만, 창조되지 않은 것 즉 인간은 실존이 본질보다 앞선다. 그렇다면, 인간은 자신이 자신을 창조함으로써 실존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나 자신을 돌아보라. 내가 잘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더 나아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진정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끊임없는 물음 속에서 해답을 찾아갈 때 진정한 자유가, 진정한 성장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 수 있다.
인간은 고독 속에서만이 진정한 자신을 만난다. 진정한 성장을 이룬다. 우리가 진정한 우리일 때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은 수많은 연결-연결로 이루어져 있기에 평생을 관계를 이루지 않고 산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외로움의 공간을 만드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자신만의 공간, 자유의 공간, 독립의 공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