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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ry Nov 27. 2020

2만원짜리 SAUCISSE

25살, 지구에 발도장 찍는중


프랑스는 예술로 유명한곳이지만 다른 유명한 것이 하나 더있다. 바로 음식이다. 프랑스에 도착했을 때 크게 기대했던 것은 맛있는 음식, 경험해보지 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건 몰라도 프랑스 가정식이랑 미슐랭 맛집은 꼭 가봐야지’ 


라는 다짐을 했을 정도로 맛있는 음식에 대한 열망이 컸다. 혼자 여행 중이었고 여행 준비가 전혀 없었던 터라 여행 중에 만난 친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파리에서 바포레토 타기, 파리 맛집 추천 다양한 여행 일정을 들었고 파리뿐 아니라 이탈리아 베니스의 맛집 추천까지 받았다. 특히 처음 에펠 탑을 보고 난 후 함께 찾아갔던 프랑스 음식점의 맛이 꽤 입맛에 맞아 친구가 말해주는 맛집 신뢰도는 굉장히 높았다. 게다가 나보다 몇일 일찍 도착한 친구였기에 여행을 하며 보여준 사진들과 음식 사진들은 나의 구미를 당기기에 완벽했다. 


친구가 먼저 프랑스를 떠나고 홀로 여행을 하며 점심을 해결해야 했을 때 무난하게 밥을 먹고 싶지 않고 뭔가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싶어 친구에게 맛집 추천을 받았고, 단숨에 추천해준 맛집이 있는 샹젤리제 거리로 향했다. 


추천해준 음식은 스테이크 종류에 요리였는데 친구가 프랑스 떠나기 전날 진짜 맛있었다고 꼭 가야한다고 추천에 추천을 강조하며 꼭 먹어보라고 했던 음식이기에 들뜬 마음으로 식당에 도착을 했다.


점심 시간이 문제였을까, 식당에는 사람들이 전부 자리를 채우고 있었고 메뉴판을 받았지만 전부 불어로 되어있어 주문 실패. 친구가 보내준 사진을 보여주면 이걸 먹고 싶다고 했더니 


“이건 어제 메뉴야, 오늘은 다른 메뉴가 있어”


듣고보니 매일 요리가 바뀌는 레스토랑이었다. 아쉽게도 친구가 추천해준 음식은 먹지 못하고 다른 요리를 주문해야 했다.


“그럼 오늘의 메뉴 주세요”


그리고 나는 지금 까지 이 주문을 후회한다.


자리가 입구였던 데다가 홀로 앉아 있다 보니 식당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전부 나를 한번씩 쳐다보고 들어가곤 했는데 그 시선들이 부담스러워 빨리 먹고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으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기다리던 음식이 나왔는데, 이게 왠걸 매쉬포테이토 한가득과 달랑 소시지 한 개가 접시에 담겨져 나왔다.


“저기, 이게 내가 주문한거 맞아?”


“응, 네가 오늘의 메뉴 주문했잖아, 오늘의 메뉴는 수제 소세지야.”


이럴 수가. 다시 한번 확인한 메뉴에는 불어로 SAUCISSE와 부연 설명들이 쓰여 있었고 나는 메뉴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메뉴를 시켜버렸던 것이었다. 게다가 가격은 18.5유로. 여행을 하면서 돈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으로 샌드위치를 먹어가며 다녔건만 겨우 소시지를 18.5유로나 주고 시키다니, 순간 내가 너무 바보 같았다. 


           “비싼 요리니까 남기지 말자, 돈 많이 썼으니까 음료는 시키지 말자.”


남기는 게 억울해 메이는 목에 억지로 매쉬포테이토를 꾸역꾸역 먹었다. 여전히 식당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나를 한번씩 쳐다보고 들어가는데 그냥 날 보는 시선인데도 바보같이 비싼걸 잘못 주문한 걸 책망하는 눈초리로 받아들이곤 급하게 음식을 먹고 나왔다. 


하필이면 또 날은 왜 이렇게도 좋은지. 다음 여행지로 생각했던 몽마르뜨 언덕으로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 하고 메트로 역으로 향하는데 순간 나도 모르게 다리가 풀려 버렸다.


내 자리는 입구에 있는 자리였고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유리벽 너머 넓은 노천카페 같은 자리로 안내 되어갔다.  그리고 문제의 소세지....


급체....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고 머리가 핑 돌고 헛구역 질이 나오기 시작했다.

가슴은 무언가 무거운것이 올려져 짓눌린것 처럼 불편했고 숙소까지 어떻게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탄산이라도 좀 마시면 괜찮아 질까 마켓을 찾는데, 영국과는 다르게 마트나 마켓이 보이지도 않았다.

결국 아무것도 못 사들고 간신히 숙소에 도착한뒤 소화제를 먹고 잠이 들었다.


너무 식은땀을 많이 흘려서일까 속이 여전히 불편해서 일까 계속해서 잠에서 깼고

결국 그날 저녁까지 누워있었다. (누워있었다기 보다 진짜 현실이 아닌 꿈같은 그런곳을 헤맸다. 이런걸두고 사경을 해맸다 말하긴 그렇지만 그정도 였던것같다)


도저히 안될것 같아 주변 마트를 검색해보니 도보로 약 10분걸리는 거리에 있었고 세상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다녀왔다.

어두워진 파리의 거리는 무서웠고 몸은 좋지 않고 따뜻한 옷은 없고 땀에 젖어 덜덜떨리는 몸을 이끌로 숙소로 돌아오니 숙소에 난방기구가 고장이났는지 난방마저 되지 않고 있었다.

하필 숙소도 곧 공사가 된다고 해서 내가 마지막 손님이었고 다른 손님들은 모두 숙소에서 체크 아웃을 한상태였다. (제가 묵었던 숙소는 한인민박이었고 여자 숙소와 남자숙소가 따로 있었습니다 . 아침과 저녁을 제공해주셨었는데 식사는 모두 여자 숙소에서 했었습니다.)

새벽 내내 잠에서 깨 헛구역질과 추위로 제대로된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렇게 아침이 찾아왔고 아침식사까지 오지 않는 내가 걱정이 되셨는지 민박 주인 할머니께서 찾아오셨고,

죽어가는 나를 보고 굉장히 놀라셨다. 다행이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다행이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셨다.

난방을 켜주시고 (라디에이터, 춥다고 말을 하지 라고 하신 말에... 그말할 정신이 없었다고 대답하는데 왜그렇게 서러운지...) 각종 소화제와 과일을 주고 가셨다. 청소는 나중에 할테니 다로 나가지 말고 숙소에 있어도 된단 말에 마음을 놓고, 약을 먹고 따뜻한 방에서 푹 쉬었더니 다행이 몸이 아졌다.


타지에서 아프면 고생이란 말을 뼈져리게 느꼈던 파리.

비싼 소세지를 먹고 고생했던걸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가 쭈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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