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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ry Nov 26. 2020

에펠 탑을 마주하다.

25살, 지구에 발도장 찍는중

내가 파리에 가면 제일 보고 싶은 것은 바로 에펠탑을 마주해보는 것이었다.


프랑스 여행을 계획할 때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에펠 탑”으로 향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유럽여행의 로망이자 프랑스에서 제일 보고 싶었던 곳이 에펠탑이었고,

TV에서 혹은 책에 실린 사진으로 본 에펠탑의 모습은 나에게 유럽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에펠탑 아래 잔디밭에 앉아 파리의 오후를 즐기는 로망을 생각하며,

영국에서 프랑스로 향했다.


런던에서 같은 숙소에 있었던 친구가 하루 먼저 파리로 넘어가 있었다.

먼저 간 친구로부터 파리의 대한 정보를 조금씩 받아 보고 있었다. 

어떤 음식점이 맛있는지, 어딜 구경하면 좋은지, 등 

내가 파리에 도착한 첫날 친구는 나에게 바토무슈를 타자고 했다. 

여행에 대한 정보가 없던 나는 흔쾌히 승낙을 했다. 일단 파리에서 할 수 있는 건 다해보고 싶었다.


바토무슈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하자면 파리를 관통해 흐르는 센강을 (우리나라로 치면 한강이다.) 유람선을 타고 관광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한강과는 달리 강폭이 그리 크지 않아 유람선을 타고 관광하면 도시를 더 가까이서 즐길 수 있다. 


무사히 프랑스에 도착하고 파리를 즐기기 위해 숙소에 짐을 던지듯 내려두고 친구와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로 향했다.(기차를 타고 넘은 국경이었는데 이 이야기는 나중에 또 다룰 예정이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하니 메트로 역을 벗어나지 않고 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는 않았지만 나라를 바꾸어 친구를 다시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친구가 물었다.


“너 에펠 탑 봤어?”

“아니 아직 못 봤지” 

“그럼 여기서 멈춰봐”


이제 막 역을 벗어나기 위해 계단을 다 오르고 있는데 친구는 그 자리에 멈추라고 했다.


 “왜?”

 “계단을 전부 오른 뒤에 뒤를 봐봐.” 

'뭐지?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지?'


궁금증이 생겼지만 친구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계단을 오르고 뒤를 돌았을 때 파리를 배경으로 영화 속에서 보던 에펠 탑이 서있었다. 


“미쳤다.”


뭐랄까. 영화 같은 연출이었다. 


여행지에서 소름이 돋았던 순간이 딱 세 번 있었다. 


인도에서 타지마할을 마주했을 때, 

스페인에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마주했을 때, 

그리고 해가 저물어가는 에펠탑을 마주했을 때.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에펠 탑이 이제는 내 눈앞에 있다. 현실임을 자각하고 있지만 현실이 아닌 것 같은 느낌에 휩싸여 친구를 재촉하며 서둘러 에펠탑으로 향했다.


에펠 탑을 그렇게도 많이 봤는데도 실제로 보니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시간도 시간인지라 하늘은 조금 보랏빛과 주황빛이 섞여 에펠탑을 감싸고 있었다. 

조금씩 하지만 서두르는 마음으로 에펠탑 가까이 다가가는 중 에펠탑에 불이 들어왔다. 

크리스마스트리에 불이 켜진 것처럼 에펠 탑에 불이 들어왔다. 

사실 에펠탑에 불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몰랐다. 

내가 본 에펠탑은 항상 아침이었거나 그저 하나의 배경이었을 뿐이었고, 

밤의 에펠탑이 주인공이었던 영상이나, 사진은 본 적이 없었다. 

내가 가장 처음 보았던 에펠탑.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빛이 나는 에펠탑이 나에겐 그만큼 충격이었고 잊을 수 없는 기억이기 때문이다. 

문득 정신이 들어 서둘러 카메라의 촬영 버튼을 눌렀다. 

그제야 친구는 에펠탑은 한 시간마다 불이 켜진다는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었다. 

그렇게 천천히 우리는 에펠탑 바로 아래까지 갔다. 


거대하다. 

에펠탑 바로 아래서 찍었던 사진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컸다. 

정말 파리 어디서든 보인다는 그 말이 와 닿을 정도로 에펠탑은 컸고, 

남색의 하늘을 배경으로 빛나는 에펠탑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잠시 동안의 감상을 마치고 친구와 바포레토를 타러 향했다. 

조금은 쌀쌀했던 강바람을 맞으며 센강을 따라 파리를 돌았다. 


어둠을 배경으로 서있는 에펠탑과 파리의 모습들을 보았다. 

(사실 좀 많이 추워서 기억이 많이 안 난다. 빨리 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바포레토의 조명을 키니 센강 하수도를 따라 이동하는 쥐들의 모습과(이건 좀 별로였다.) 공원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던 커플들의 모습, 음악을 틀고 옛 프랑스를 떠오르게 하는 춤들 추던 사람들 등 다양한 모습들이 파리의 저녁을 그리고 있었다.

다시금 에펠탑으로 가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 다음을 기약했고  

나에게 프랑스의 첫날은 굉장히 아름다운 기억으로 마무리됐다.





파리를 여행하는 동안 내내 에펠탑을 보았다. 


아니 보였다. 


파리 어딜 가도 에펠 탑이 보였다. 

개선문 위에 올라갔을 때도, 노트르담 성당에 올랐을 때도, 퐁피두 센터에서 노을이 지는 배경의 에펠탑도 보았다. 

그럼에도 에펠탑이 질리지 않았다. 

정말 마음 같아선 매일 에펠탑을 보러 가고 싶었다. 


아쉽게도 여행하는 동안 파리에서 몸이 제일 좋지 않았다. 

급체를 했고, 혼자 여행한 시간이 많았으며, 선택에 실패하기도 했다. 앞선 글에서 이야기했듯 다시는 가기 싫은 파리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에펠탑을 보기 위해 파리를 갈 것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러겠다 대답할 것이다.


그렇게 힘들었음에도 파리를 함께한 사람들과의 기억이 좋았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에펠탑을 마주했다. 

신혼부부였던 형과 누나, 정년을 마치시고 여행 온 아버지, 어머니와 마주했던 에펠탑의 느낌과, 

나와 같이 여행 온 친구들과 함께 보았던 에펠탑의 느낌과 

첫날 친구와 보았던 에펠탑, 

그리고 홀로 보았던 에펠탑.


내가 매 순간 마주한 에펠탑은 모두 다른 느낌이었고 기억으로 남았다.


마르스광장에서 본 에펠탑
밤의 에펠탑.


개선문에서 본 에펠탑
샤이오궁 아래 잔디밭에서
메트로를 타고 지나가며 본 에펠탑
노트르담 성당에서 본 에펠탑
퐁피두 센터에서 노을이 질때 본 에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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