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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ry Aug 11. 2020

생애 첫 뮤지컬, 맘마미아

25살, 지구에 발도장 찍는중

   유럽여행을 시작하기 전 페이스북을 통해 여행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고 있었다. OO에서 꼭 해야 하는 것들이라는 뉴스 카드 형태의 게시물이 한창 인기였기 때문에 다양한 여행지에 대한 소개 혹은 여행지 곳곳의 맛집을 소개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렇게 궁금해하지 않아도 저절로 보게 되는 정보들 속에서 내가 봤던 것이 "런던에서 꼭 해야 하는 것들"이었다. 대부분 한 번쯤 생각해 본 것들이었다. 피시 앤 칩스 먹어보기, 2층 버스 타기, 근위병 교대식 보기, 여러 공원에서 여유시간 즐기기 등 런던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소개해주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나의 흥미를 이끈 것은 뮤지컬 저렴하게 보기였다.

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에도 뮤지컬 티켓을 구매하기위해 서있던 줄

   일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오로지 영화만이 내가 접했던 문화생활이었다. 급하게 흥미가 생기니 꼭 한번 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 좀 더 상세히 알아봐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뮤지컬 티켓을 구매하는 방법과 저렴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줬는데 학생이었던 나는 당연히 저렴하게 뮤지컬을 볼 수 있는 방법이 눈에 들어왔다. 뮤지컬을 저렴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 TKTS에서 표 구매하기. 아침 일찍(아침 10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곳에 줄을 서서 티켓을 사는 방법을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은 온라인 예매가 워낙 잘 알려져 있고 어플을 사용해서 쉽게 예약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도 온라인 예약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언어가 다르다 보니 사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추가로 이야기하자면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할인 혜택이 없거나 적었다.) 오프라인으로 예매를 하는 것이 조금 더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보통은 뮤지컬 극장에서 표를 바로 구매하기도 하였고 아니면 당일의 만석이 아닌 뮤지컬의 경우 저렴하게 뮤지컬 표를 판매하기도 하였다. 확실한 방법으로 뮤지컬을 원가보다 저렴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이 TKTS를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두 번째 방법은 국제학생증을 활용하는 방법이었다. 지금도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뮤지컬 극장에 가서 국제학생증을 제시하고 뮤지컬 티켓을 구할 수 있다고 했는데  표가 굉장히 저렴했다. 우리나라 영화 티켓 정도의 가격인데 다만, 좌석이 지정되지 않는다. 대부분 지정된 구역에서 서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중 내가 선택한 방법은 1번이었다. 사실 2번 방법도 활용해볼 수 있었지만 나의 게으름 때문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사실 지베민박에서 만난 민주 누나가 아니었다면 나는 뮤지컬을 못 본 채 영국을 떠나왔을지도 모른다. 혼자라는 두려움과 영어 울렁증이 뮤지컬 티켓 판매소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을 막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숙소 저녁시간에 누나를 알게 되었고 다행히 우리는 시간에 맞추어 TKTS로 향했다.


   런던에서 유명한 뮤지컬은 5가지 정도 된다고 했다.

1. 오페라의 유령

2. 레미제라블

3. 라이언킹

4. 위키드

5. 맘마미아

(p.s. 절대적인 유명세는 아닙니다 제가 전해 들었을 때 유명도입니다.)

이른 아침 숙소를 나서 TKTS로 향했지만 이미 대부분의 표들이 매진인 상황이었고, 우리는 그중 가격도 괜찮고 시간대도 괜찮았던 맘마미아의 뮤지컬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비 오는데 기다리느라 힘들었지만 그래도 표를 구했다는 뿌듯함이 피곤함을 이겨냈다.) 뮤지컬의 시간은 저녁 시간이었기 때문에 부랴부랴 맘마미아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찾아봤다. 아무래도 온통 영어로 진행이 될 텐데 줄거리도 모르고 있으면 내용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최대한 짧고 대략적인 줄거리만 알아갔다. 중간에 영화로 나온 맘마미아라도 보고 갈까 생각을 했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안 보고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첫 뮤지컬


소피역을 맡은 배우와 찍은 사진

   드디어 생애 첫 뮤지컬을 보게 된 순간, 영화에서나 보던 3층 형태의 극장에 들어섰다. 중세시대 귀족들이 들어설 것 만 같은 공간에 들어와 뮤지컬을 본다는 게 정말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뮤지컬은 총 2부로 진행이 되었다. 오랜 시간 한자리에 앉아있어야 한다는 게 처음에는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놀랍게도 무대가 시작하자마자 뮤지컬에 빠져들어 나의 걱정이 괜한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다. 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맘마미아에는 생각보다 들어봤던 노래들이 많이 나왔고 그 덕에 나는 굉장히 익숙한 느낌을 받으며 뮤지컬을 볼 수 있었다. 마지막 공연이었던 것인지 다들 배우들이 퇴근하는 문 앞에 줄지어 배우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역시 그냥 갈까 하다 이런 추억을 만드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기다리자 맘마미아에서 소피 역을 맡은 배우가 나서는 것을 보고 함께 사진도 찍을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


   처음 본 뮤지컬은 많은 감정을 선물했다. 새로운 세계의 발을 들였다는 성취감과 뿌듯함, 무대를 보고 차올랐던 벅참과 함께 실시간으로 움직이던 무대 연출력과 배우들 멋진 가창력과 연기력, 어렵지만 무대를 보고 알아들을 수 있었던 대사들까지 아마 오랜 시간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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