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영덕 당일치기 여행

by 유송

한여름에 영덕을 찾았다. 실은 겨울에도 한 번도 가 본 기억이 없다. 영덕대게는 먹어도 영덕에는 안 가본 것이다. 그래서 아무도 안 갈 것 같은 한여름의 영덕을 방문했다.


IMG_4753.JPG

영덕 삼사해상공원에 차를 세우고 내리자 정말이지 나를 태워버릴 것 같은 햇살이 쬐고 있었다. 다행히 멀리 보이는 바다가 조금은 더위를 달래 주었다. 하지만 별로 볼 건 없었다. 현지 주민의 표현을 빌리자면 '모텔과 음식점만 많은 커다란 공원'이었다.


IMG_4771.JPG

한 15분을 걷다가 문을 연 식당에 들어갔다. 주문한 것은 미주구리 횟밥 1인분. 미주구리가 뭔지도 모르고 시켰다. 꼬들꼬들 씹히는 뼈가 인상적인 횟밥이었다. 가격은 만원. 더위를 피하며 시간을 보냈다는 것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IMG_4774.JPG

삼사해상공원 바로 옆에는 어촌전시관이 있다. 입장료는 성인 2,000원. 그럭저럭 볼 만한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중요한 건 볼 게 많냐 아니냐가 아니다. 무조건 '더위'를 피할 수 있으면 장땡이다. 찬찬히 다 둘러보는데 1시간 가까이 걸렸다. 세 개의 층에 해녀, 대게, 은어, 고대 생물 등에 관하여 전시를 해 놓고 있었다.


IMG_4775.JPG

어촌전시관의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길에 강구항이 바라보인다. 시원한 경치에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어촌전시관을 나와 강구항을 찾아갔으나 오히려 강구항은 멀리서 볼 때가 좋았다. 차를 몰고 갔는데 길이 좁고 주차공간이 부족한데다 길에 빼곡한 가게 앞마다 호객꾼이 서 있었다. 운전자와 어떻게든 시선을 마주치려 하는 그들의 몸에서 풍겨 나는 기세가 피로하게 느껴졌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곧바로 해맞이 공원으로 내빼버렸다.


IMG_4784.JPG

이렇게 바닷가를 따라 달리는 영덕 20번 지방도(맞나?). 블루로드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바닷가 드라이브 도로의 공통점은 운전자는 바다를 보기 힘들고 동승자만 볼 수 있다는 것. 도로가 구불구불하고 민박과 바닷가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운전에 주의해야 한다.


IMG_4833.JPG

해맞이공원에 가면 다소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데 도로가 이어지는 절벽에다가 쉼터 같은 곳 만들어 놓고 그걸 공원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해를 못 볼 건 아니지만 뭔가... 삼사해상공원에 쓸 돈을 여기가 투자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삼사해상공원보다도 해맞이공원에 훨씬 사람들이 많고 바다도 더욱 잘 보였다.



FullSizeRender(23).jpg
FullSizeRender(25).jpg

이 곳은 풍력발전단지. 해맞이공원에서 거리로는 몇 킬로 안 되지만 주야장천 산꼭대기로 올라야 하기 때문에 걸어서는 가지 않을 것을 추천한다. 위에 올라가 보면 풍력발전하는 곳이기 때문에 바람이 많이 불어 시원하다는 것 이외에는 볼 만한 걸 찾을 수가 없었다. 한 10분 머무르며 사진만 찍다가 곧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FullSizeRender(26).jpg

그다음 찾아간 곳이 영덕대게원조마을이라는 차유마을. 영덕대게원조마을이라니 뭔가 굉장한 게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은가? 실은 조용한 어촌마을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여름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겨울에는 과연 이 곳에 사람이 득실득실할는지. 어쨌거나 사람 많은 걸 좋아하지 않는 내겐 꽤나 좋은 인상을 주는 마을이었다.


IMG_4852.JPG

차유마을의 식당들은 비수기라 그런지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 많았는데, 그 와중에 한두 군데가 문을 열었기에 들어가 보았다. 혼자 갔으니 회나 게를 먹을 수는 없고 결국 고를 수 있는 거라곤 물회뿐. 그러나 이 12,000원짜리 물회는 정말 맛있었다. 설탕과 식초가 과하게 들어가지 않아 상큼한 단맛이 났고 물회를 다 먹은 뒤 소면을 말아먹어도 기대 이상의 맛이 났다. 이렇게 더운 여름날 물회 한 그릇만으로도 영덕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한층 업 된다.



IMG_4861.JPG
IMG_4862.JPG

저녁을 먹고 나오니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서둘러 찾아간 마지막 여행지는 괴시 전통마을. 정도전의 스승인 목은 이색의 기념관이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냥 기념관만 덩그러니 서 있을 줄 알았는데 '전통마을'이라는 이름대로 그곳에는 많은 한옥이 있고 사람들이 여전히 살고 있었다. 거의 모든 집에 사람들이 살고 있어 어쩐지 그냥 관광지처럼 둘러보기는 죄송한 마음이 들었지만 한옥 사이로 난 길을 걷고 있으면 내가 조선시대에 온 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현대적인 구조물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Cap 2016-08-09 08-46-22-282.jpg

그렇게 총 35km를 이동하는 약 6시간의 영덕 당일치기 여행을 마쳤다. 비록 무더위에 돌아다니기 힘들긴 하지만 원 없이 바다를 보고 바다 음식을 먹고 대게의 고장을 구경한 하루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4개월(32회)의 PT를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