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사랑하고픈 날

by 유송

어쩐지 사랑하고픈 날이 있다
온 세상이 환하게 빛나고 그 분홍색 몽우리 속에서 숨 쉬는 것이 찬란한 영광으로 느껴질 때
이런 날은 모든 것에 입을 맞추고프다

지하철에 오르는 순간 노선도를 올려다 보는 키 큰 여자에게 눈길이 간다
눈높이가 똑같다는 것만으로도 설레일 때
애써 다른 곳을 보며 은은히 전해 오는 그녀의 향수에 취한다
내리면서 슬쩍 뒷모습을 훔쳐본다
여리여리한 목과 거기 가벼이 얹힌 가느다란 금목걸이
이것은 흡사 꽃사슴의 환생이 아닌지

여름을 맞아 드러난 여자들의 어깨가 고웁다
설레는 마음으로 차려입은 꽃무늬 원피스에 내 마음도 설렌다
하늘하늘 나부끼는 끝자락에서 봄처녀의 연둣빛 사랑을 읽는다

오늘 만나기로 한 여자인 사람 친구
어쩐지 자꾸만 키스하는 상상이 떠오르고
횡단보도 앞 흰 피부에 남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를 끌어안고 사랑을 속삭이고 싶은 날
이런 날은 세상 모든 것과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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