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과 목포 해남 걷기-1

2박3일 목포 해남 여행기 - 목포 시티투어, 갓바위, 해양연구소

by 유송

홀로, 다시 떠난다.

이번엔 목포와 해남에 다녀왔다. 둘 다 한 번도 안 가 본 도시다. 이럴 때 설렘이 찾아온다. 작디작은 한국이라지만 아직도 안 가 본 곳이 천지다. 그리고 처음 가는 곳은 언제나 내게 새로운 영감을 준다. 또한 새로운 경험도.


목포역에 내리니 짙은 안개가 나를 반겼다. 콧 속으로 스며드는 차갑고 촉촉한 공기. 너무나 많은 습기를 머금어 마치 물속에라도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졌다. 항구도시라서 그런가? 곧바로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목포에 조금 더 기대가 커졌다. 용산에서 목포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2시간 남짓. 30% 할인받아 3만원대에 티켓을 끊을 수 있었다.


목포 해남해장국의 1인상.

너무 일찍 도착해서 시티투어를 하기까지는 1시간 이상이 남아있었다. 역 앞을 조금 걷다가, 해장국 집이 쭉 늘어선 거리를 따라 왼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시장과 함께 백종원의 3대천왕에 나왔다는 해장국 집이 아침 일찍 영업을 하고 있었다. 다른 곳에는 7천원짜리 선지해장국집이 있었다. 여기를 갈까 저기를 갈까, 망설이다 결국 백종원 씨를 믿어보기로 했다.

맛 평가: 백종원 씨 실망이에욧!


목포에는 시티투어 버스가 있다. 연중 운영하고 있으며 월요일에는 쉰다. 홈페이지로 예약도 가능한데 내가 예약한 날에는 1명밖에 없었다.

'설마 1명밖에 없겠어?'

'1명 밖에 없으면 취소한다고 전화라도 주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버스를 타러 갔는데 나 말고 한 분이 더 계셨다. 그래서 버스에 탄 사람은 기사님과 가이드님과 아저씨 한 명, 그리고 나 총 4명. 갑자기 목포시청의 유류비가 걱정됐다.


버스가 처음 향한 곳은 목포 갓바위. 대구에서 갓바위라는 곳이 있는데 이런 곳일까?

목포의 갓바위는 바람과 파도에 의해 바위가 깎여나가 갓을 쓴 사람의 모양처럼 바뀐 것을 말한다. 오른쪽의 두 바위가 갓바위이며, 왼쪽의 바위는 그 오른편에 있는 것으로 초가집 형상을 닮았다고들 한다. 갓도 정말 갓 같고, 초가집도 초가집 같이 생겨서 이름을 정말 잘 지은 것 같다.

이 갓바위 주변에는 나무로 짠 둘레길이 있는데 이것이 생긴 지는 그리 오래되지가 않았고, 그 전에는 배를 타지 않고서는 이렇게 정면으로 갓바위를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렇게 보기 드문 형상의 바위를 잘 볼 수 있게 둘레길을 꾸민 목포시의 센스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갓바위를 끼고 돌면 멀리 낮지만 예쁜 산이 보인다. 입암산이다. 능선을 자세히 보면 왼쪽에서부터 여인의 얼굴, 가슴, 배 형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다음으로 간 곳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이 곳은 갓바위 둘레길의 바로 옆이라서 곧바로 구경할 수 있다. 여기 맞은편에는 목포 자연사박물관과 목포 생활도자기 박물관도 있으므로 원한다면 여러 박물관을 한 번에 구경할 수 있는 셈이다.

내가 들른 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는 때마침 특별전을 하고 있었는데 <신안선 수중발굴 40주년 특별전>과 <명나라 무역선 난아오 1호>가 그것이다.

가이드님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수중발굴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가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76년에 신안에서 배를 발굴하면서 그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당시 신안에서 배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이름은 신안선이 되었고 거기서 발견된 동전이 무려 800만 개, 무게로 28톤이라고 한다. 학자들이 추정하기로 그 동전의 용도는 아마 일본의 불상 제작이었을 거라고. 연구소 안에는 그 신안선을 그대로 전시해두었는데 생각보다 대단히 큰 옛날 배를 생생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시 버스를 타고 찾아간 곳은 노적봉. 사진의 우측에 보이는 게 바로 노적봉이고, 멀리 보이는 산이 유달산이다. 한 번 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진 속에서 일등바위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노적봉에는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일화가 있는데, 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노적봉을 중심으로 쌀가마를 쌓게 하여 이 곳에 대단히 많은 군량미가 있는 것처럼 위장했다고 한다. 왜구는 그 군량미를 보고 군사가 많겠거니 지레짐작을 하고 도망쳤고 그로 인해 승리했다는 재밌는 이야기다. 노적봉을 보면 산 위에 솟아 있다기보다 홀로 대단히 크고 우뚝하게 서 있고 그렇다 보니 봉우리를 중심으로 쌀가마를 쌓았다면 충분히 군량미 탑으로 보였을 만하다. 혹여 이순신 장군의 일화가 사실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그럴싸하게 생각된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유달산까지 곧장 올라가도 좋았겠지만 유달산 꼭대기에 갔다 오려면 넉넉잡아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시티투어는 9:30~15:30으로 예정되어 있어서 시간이 조금 촉박하고, 게다가 이 날 안개 때문인지 먼지 때문인지 내내 시야가 좋지 않아서 전망은 다음에 보는 걸로 하고 내려왔다.


노적봉 다음 목적지는 구목포 일본영사관. 노적봉에서 목포항 쪽을 향해 내려가면 되는데 이 길 옆으로 돌담이 있고 아래로는 마을이 내려다보여 경치가 무척 좋았다. 게다가 날씨도 겨울답지 않게 햇살이 정말 따뜻해서 오히려 입고 간 잠바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구목포 일본영사관은 현재 공사 중인데 그래도 안을 보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 들어가도 좋다. 새빨간 벽돌로 만들어진 전형적인 일본 공사(公社) 스타일의 건물이다. 안에서 일제강점기 시절 목포의 이야기 등을 볼 수 있고 만세운동을 그린 벽화를 배경으로 당시의 교복 같은 옷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어느 정도 구경을 마쳤으니 식사를 할 차례. 아침에는 무턱대고 아무 데나(백종원 씨를 믿고) 들어갔지만 점심은 가이드님께 추천을 받았다. 아침에 함께 투어를 시작한 아저씨가 중간에 몸이 안 좋아 돌아가시는 바람에 남은 사람은 나 혼자뿐. 그러니 원래 투어 중에 이용한다는 식당을 갈 수는 없고 가이드님과 둘이서 식사를 하게 된 것이다.

가이드님이 데려간 곳에는 벌써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서 있었는데, 우리도 번호표를 받고 십 분 이상을 기다려서야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메뉴는 선지해장국과 콩나물해장국이 있었는데 둘 다 먹어보고 싶어서 둘 다 시킨 후 덜어먹었다.

맛은… 최고! 내가 태어나서 먹어본 것 중 가장 맛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선지해장국과 콩나물해장국이었다. 어쩜 이리 내 입에 잘 맞는지, 우리 집 앞에 있으면 거짓말이 아니라 일주일에 세 번은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맛있었다. 둘 중에 하나를 꼽자면 선지해장국이 좀 더 신선하고 맛있는데, 선지는 어느 집이나 비슷하겠지만 거기에 든 소 양이 정말 부드러웠기 때문이다.


해장국 집에서 얼마 걸리지 않는 곳에 예약해 둔 숙소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가 <바다가 보이는 호텔에 자기>였다. 그래서 검색에 검색을 거듭한 결과, 별로 비싸지 않으면서 바다 바로 앞에 위치한 숙소를 발견! 내가 생각한 것보다 숙소는 더욱 예뻤다.

비록 바다가 저 멀리 수평선이 보이는 푸른 바다가 아니라 항구이고, 2층이라서 건너편 도로에서 방 안이 훤히 들여다보일 수 있기 때문에 마음껏 열어놓고 바다 구경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 가격에 이 정도면 참 좋다 싶었다. 여태까지 보통 3만 5천원 정도 하는 모텔에서 숙박을 많이 했었는데, 가끔은 이런 기분을 내도 좋지 않은가? 그러려고 여행을 온 거니까 말이다.

호텔에서 짐을 풀고 침대에 누워 TV를 트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밝은 햇살이 들어오는, 인테리어가 예쁘고 바닥이 따뜻하게 데워져 있는 방. 큰 TV와 깨끗한 침구류, 게다가 아무도 찾지 않는다는 해방감까지. 여행은 정말 이래서 떠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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