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과 목포 해남 걷기-2

2박3일 목포 해남 여행기 - 목포 유달산, 해남 윤선도유적지 땅끝마을

by 유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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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아침, 일출 시간을 미리 알아두었다가 호텔을 나오자마자 곧바로 뜨는 해가 보였다. 목포항 쪽에 숙소를 잡으면 건너편 삼학도 뒤로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다. 비록 산 위에서 보는 것만 못하겠지만 그래도 둥글게 타오르는 태양의 모습이 꽤나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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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의 첫 식사는 장어탕. 이 곳도 역시 전날 시티투어 가이드님이 알려주신 곳이다. 아침 8시 30분쯤 가니 사람이 나 밖에 없었지만 밥을 먹는 사이 두 팀이 더 들어와 식사를 시작했다. 목포에서 먹는 장어탕은 예전 대구에서 먹었던 것과는 꽤 달랐다. 대구에서 먹었을 때는 국물이 초록색에 가까웠던 것 같은데 이 곳은 벌겋다. 장어 맛은 대구나 목포나 맛있는 집끼리라 그런지 별다른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육질이 부드럽고 국물은 구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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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다시금 유달산으로 향했다. 전날은 버스를 타고 노적봉까지 올라갔지만 오늘은 목포항부터 유달산 정상의 일등바위까지 걸어서 올라가는 것이다. 올라가는 길은 나무데크로 꾸며놓아서 예쁘고 하늘에는 흰 구름이 파란 배경과 어우러져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역시 겨울 하늘의 매력은 그 '맑음'이다.

유달산으로 오르는 길의 입구에는 국도 1,2호선 기점을 기념하는 커다란 비석이 있고 목포 평화의 소녀상도 있다. 요즘 정부에서는 한일 군사협정을 국민의 뜻과 상관없이 비밀리에 추진하여 가결시켰을 뿐 아니라 위안부 문제 해결도 10억을 받고 떨어지라며 할머니들께 강요하고 있는데 참으로 못된 짓이다. 산 사람 가슴에 그리 못을 박아도 되나? 목포 평화의 소녀상은 구목포 일본영사관 앞쪽에 있어서 더욱 그 대비가 강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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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부터 유달산을 차근차근 오른다.

파란 하늘이 못내 눈부시다.

유달산에 얽힌 이야기도 재밌다. 죽은 후 심판을 받는 곳이라고 한다. 하기야 유달산은 한반도 최서쪽은 아니어도 서해안에 바짝 붙어있으니 꽤나 서쪽에 있는 산이다. 옛날에는 해가 사라지는 서쪽을 죽음과 연관된 방향으로 보았으니 유달산을 그렇게 본 것이 아닐까 싶다.

조금만 올라가면 목포의 눈물 노래비도 볼 수 있다. 사실 멀리서부터 노랫소리가 들려 아침부터 장사꾼들이 와서 스피커로 노래를 틀어놓은 줄 알았는데, 애꿎은 오해를 받은 장사꾼들께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전한다. 목포의 눈물을 항상 말로만 듣고 실제로는 처음 가사를 읽어보았는데, 과연 목포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노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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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산은 해발 228m의 높이로, 꽤 낮은 산에 속한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 봐도 보통 1시간 이내로 올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방심하진 말자. 유선각까지는 그래도 길도 잘 닦여있고 올라가기 편한 편인데 그 뒤로는 계단이 없는 곳도 많고 꽤나 경사가 가파르다. 겨울에 가더라도 패딩에 목도리, 장갑 이런 식으로 꽁꽁 싸매고 갔다가는 한 시간 내내 들고 다녀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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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산을 오르기 시작한 지 40여 분 만에 일등바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겨우 해발 228m지만 주변에 높은 산과 건물이 없어 목포와 서해 전체를 조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서쪽으로는 여러 섬을 간직한 바다가 보이고, 동쪽으로는 목포 시내가 내려다보였다.

실은 원래 목포 땅은 정말 작았다고 한다. 목포진이라는 나루가 있었고 딱 그곳 주변으로만 땅이 있었는데 1900년대 내내 간척사업을 진행하면서 지금처럼 땅이 넓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 넓어진 면적도 불과 50제곱킬로미터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내가 사는 계룡시 면적이 64제곱킬로미터 정도인데 그보다 더 작은 셈이다. 하지만 간척지다 보니 산과 구릉이 없고 대부분 평지라서 사람이 살기에는 더욱 좋은 환경이다. 그것을 알고 보면 목포의 저 빼곡한 시내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사람이 만든 땅에서 살아가다니. 그 얼마나 소중한 땅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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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산에서 목포 시내를 바라보는 것으로 목포 여행을 마치고 해남으로 떠났다. 목포에서 해남을 가는 방법은 오직 버스뿐. 혹시 땅끝마을만 보고 싶다면 땅끝으로 바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되지만 나는 따로 들를 곳이 있어서 그냥 해남 버스터미널에 내렸다. 딱 해남 버스터미널에 내렸을 때 갑자기 대합실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대며 TV 앞으로 몰려가는 게 보였다. 뭔가 하고 가까이 가 보니 박근혜 탄핵안이 가결되는 순간이었다. 아, 뭐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드디어 국민이 해냈구나, 200만 촛불이 국회를 움직였구나 하고 가슴이 벅차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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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에서 땅끝마을보다 먼저 찾아간 곳은 바로 고산윤선도유적지. <어부사시사>로 유명한 윤선도 선생의 일가인 해남 윤씨 종친회가 운영하는 곳이다. 입장료는 2,000원.

매표소 바로 뒤에 유물전시관이 있는데 이 곳에서 윤선도의 글과 <자화상>으로 유명한 윤두서 선생의 그림들을 볼 수 있다.


춘사(春詞)
앞 개에 안개 걷고 뒷산에 해 비친다
배 떠라 배 떠라
밤물은 거의 지고 낮물이 밀어 온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강촌의 온갖 꽃이 먼 빛이 더욱 좋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를 보면 아마 잊고 있었던 사람도 배웠다는 기억만은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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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윤선도유적지에서 윤선도 선생 본인만큼이나 유명한 게 딱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녹우당이다. 錄雨라는 이름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넓은 비자나무 숲이 바람에 흔들릴 때 꼭 비가 오는 것처럼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였다는 일화가 있다. 하지만 유물전시관에서 보면 사시사철 푸른 절개를 상징한다고 해서 그 이름을 붙였다고 하니 꼭 그게 맞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그게 무어 그리 중요할까. 직접 녹우당 주변을 걸으며 비자나무 숲을 보고 바람이 불 때 초록 비가 오는 것 같거들랑 전자의 이유로 이름을 골랐다 생각하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후자의 이유로 이름을 골랐다고 생각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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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조용하게 걷기 좋은 곳이다. 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땅끝마을과 달리 이 곳을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다. 윤선도유적지에 머물렀던 두어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내가 본 사람은 고작 세 명 정도. 홀로 자연을 누비며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면 이 곳에 꼭 가 보자.


IMG_1593.JPG 마침내 도착한 땅끝. 태어나서 처음, 28년만에 와 본 땅끝이다.

여행 둘째 날 최종 목적지는 바로 땅끝마을. 목표는 땅끝 중에서도 땅끝인 곳을 찾아 일몰을 보는 거였다. 윤선도유적지에서는 바로 땅끝으로 갈 수 없기 때문에 다시 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갔다가 땅끝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원래는 시간을 못 맞춰서 못 갈거라 생각했는데 버스터미널 시간표에 나와있지 않은, 다른 곳에서 출발해 해남을 경유한 뒤 땅끝으로 가는 버스가 있어 운 좋게 탈 수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땅끝에 도착한 감상은 남달랐을 것이다. 내가 확신하지 못하는 것은 그러한 감상을 느낄 새도 없이 일몰을 보기 위해 곧장 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 날의 일몰 예정시각은 17:28. 내가 땅끝마을 터미널에 도착한 것은 17시 05분이었다. 사진에 보이는 비석만 찍고 곧바로 땅끝탑을 향해 달렸다.


IMG_1607.JPG 땅끝탑을 100미터 가량 남겨두고 최남단의 일몰을 맞이했다. 아아 눈부셔라, 지금도 그 아름다움이 주는 감동이 잊혀지지 않는다.

땅끝 터미널에서 땅끝탑까지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자연산 흙길이라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패딩을 입은 데다가 등에는 무거운 가방을 멨다는 점도 한몫했다. 결국 100미터를 남겨두고 걸음을 멈춰야 했다. 그나마 나무에 가리지 않은 곳에서라도 보지 않으면 100미터를 가다가 해가 사라져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정말 옳은 선택이었다. 땅끝탑에 가지 않더라도 그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저무는 해는 붉게 타오르며 하늘도 붉게 물들였고, 그 아래서 바다는 점점 검게 침잠해갔다. 누군들 이 일몰을 보며 감상에 젖지 않으랴. 나도 모르게 시를 한 편 쓰고 있었다.


땅끝에서
바다는 넓고 해는 붉다
점점이 박힌 구름 사이로 사라지는 해
황홀한 자태 다시 한번 보여다오 외쳐도
오늘의 해는 순리대로 저문다

아쉬운 들 어찌하랴
길손은
쉬이 떠나지 못하고
쉼 없이 일렁이는 파도 소리로
울적한 마음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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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에선 뭘 먹어야 할지 고민했지만 해가 지고 난 후 땅끝마을을 천천히 둘러보니 거의 다 횟집이고 혼자서 들어갈 만한 식당이 보이지 않았다. 난감하던 찰나 게스트하우스가 보여 물어보니 저렴하게 이용할 도미토리도 있고 혼자서 밥 먹을 수 있는 식당도 같이 운영하고 있어 고민할 것 없이 바로 들어갔다.

혼자서 먹을 수 있는 메뉴는 대부분 생선구이였는데 마침 겨울 삼치가 먹고 싶던 차라 삼치구이를 주문했다. 삼치는 겨울이 제철이고 작년 이맘때 고흥에서 삼치회를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서 많이 기대가 됐다.

준비된 삼치구이는 일단 외관상으로 무척 훌륭했다. 삼치 자체도 두툼하고 타거나 덜 익지 않게 잘 구워진 것 같았지만 두부가 푸짐하고 든 된장찌개도 그렇고 곁들여 나온 밑반찬도 종류가 많고 맛있어 보였다. 밑반찬이 대부분 나물이라 어찌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작은 반찬들이 입맛을 더욱 돋우어 줘서 정말 조화롭고도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행복이다. 홀로 집 떠나가고 싶은 곳을 가고 맛있는 것을 먹고 그 뒤 내가 청소할 필요 없이 잠깐 머무르기만 하는 숙소에서 따뜻한 이불속에 누워 잠드는… 정말 만족스러운 여행 이틀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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