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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Sep 18. 2015

스토너는 행복했나 불행했나

존 윌리엄스 <스토너> 독후감&줄거리

출간 50년 만에 흥행한 소설, <스토너>의 비결은 무엇인가


아마 <스토너>를 읽은 사람들은 그 흥행사에 관해서 한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출간 후 50년이 되어서야 전 세계에 울림을 전한 소설

우후죽순으로 소설이 쏟아지는 이 시대에 갑자기 <스토너>가 부상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스토너>의 줄거리는 단순한 편이며 사용하는 표현도 아주 미적이거나 철학적이기보다 일상적인 범주에 속하는 것이 많다

그렇다고 결말에 엄청난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작가가 유명한 사람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분명 이 책이 흥행하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바로

다른 장편소설과의 차별성이다


차별성을 논하려면 기준이 되는 작품들이 있어야 한다

내가 최근에 읽은 장편소설인 

얀 마텔의 <셀프>는 소재와 그것을 다루는 방식이 강점이다

주인공의 성별이 왔다 갔다 하고 국적도 불분명하며 문체는 다소 어지러워서 읽는 이에게 현기증을 안겨주는 것이다

최인호의 <영혼의 새벽>은 주인공과 타인의 특별한 관계와 철학적 주제가 강점이다

주인공은 시대의 관찰자였으나 공안정국에 봉변을 당했고 이후 자신의 고문을 주도한 이를 만나 복수와 용서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그러나 <스토너>는?

<스토너>는 평범한 사람의 일생을 다룬 소설이다

평범하게 태어나서 대학을 가고 친구를 사귀고 결혼하고 애를 낳고 죽는다

이것이 <스토너>의 기본 골격이며 

작가가 윌리엄 스토너의 평범한 삶

-물론 농부로 태어나 대학에 가는 것이나 첫 눈에 반해서 결혼하는 것이나 주인공이 대학 교수가 되는 것 등이 평범하지 않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

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내는 것이 이 소설의 백미

인 것이다


<스토너>의 재밌는 점은 작가와 독자가 작품을 해석하는 방식의 차이에도 있다

작가인 존 윌리엄스는 독자들이 스토너가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는 게 의외였다고 한다

왜냐면 작가가 보기에 스토너는 좋아하는 일(영문학 연구)이 있었고, 그것을 위해 일생을 몸 바쳐 살았기 때문에 행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토너>를 타이핑(영문으로)하던 학생은 눈물을 줄줄 흘려댔다고 하는데 이것은 윌리엄 스토너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물론 하나의 소설을 두고 여러 해석이 생겨나는 경우야 다양하지만, 

주인공이 행복했느냐 불행했느냐를 독자의 마음으로 최종 결정한다는 게 재밌지 않은가?


나는 스토너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다

그는 이디스에게 첫 눈에 반해 청혼했고 결혼하지만 둘의 결혼생활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았다

이디스는 두려움과 수치심으로 성관계를 거부했고, 나중에 아이를 낳긴 했지만 이디스가 아이에게 집착과 독점욕을 보임으로 인해 스토너는 자식과의 소중한 유대관계마저 잃어야 했다

비록 그가 사랑하는 일이 있었고 그것에 매진해 논문을 쓰고 책도 출간하고 학생들로부터 인정받는 시기도 있었지만, 나는 집과 가족에게서 평화와 안식을 찾지 못한 삶은 불행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것은 나의 평가일 뿐

모래바람 부는 황무지에서도 등을 돌리거나 호들갑 떨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는 사내의 뒷모습 같은 소설

<스토너>를 읽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평가를 내릴지는 전적으로 독자 당신의 몫이다


아래는 <스토너>의 대략적인 줄거리로, 원하는 분만 읽으시길 바란다


가난한 농부의 집안에서 태어난 스토너

매일 농사를 짓고 살다 아버지의 권유로 대학에 가게 된다

처음에는 농사 기술을 배우기 위해 농대로 입학했으나 교양으로 듣던 영문학에 흥미를 느껴 아버지 몰래 전공을 바꾼다

그리고 졸업하는 날 아버지께 말씀드리지만 예상 외로 아버지는 크게 놀라거나 반대하지 않고 스토너가 원하는 대로 하게 내버려둔다

이후 스토너는 홀로 살아간다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학위를 받고 강의를 하며

그러다 이디스를 만나 첫 눈에 반한 그는 그녀를 몇 주간 쫓아다니다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다

이디스는 아주 전형적인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는’ 여성으로 자라 왔다

그래서 스토너와 ‘낡고 작은’ 아파트에 살아야 하는 현실을 견디지 못한다

자신이 그걸 견디지 못한다는 걸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이디스, 그리고 천상 남과 싸울 성격이 못 되는 스토너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큰 불화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둘은 상대를 무시해가며 불행한 결혼생활을 유지한다

그러는 사이 무리한 대출을 해가며 더 큰 집으로 이사 가고, 스토너의 서재가 생기고, 그레이스라는 딸아이가 생기고(임신을 위한 둘의 관계는 사뭇 ‘생물학’적인 면이 있다), 이디스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등의 일이 생긴다

스토너는 영문학과의 교수로 꾸준히 일을 하다가 찰스 워커라는 학생과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찰스 워커를 아끼는 홀리 로맥스와도 문제가 생겨, 영문학과장인 그에게서 내내 불이익을 받지만 스토너는 대항하지 않는다

그러다 자신의 수업을 들었던 캐서린과 사랑에 빠진다

스토너는 처음으로 사랑이 무엇인지, 육체적 결합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둘은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누지만 홀리 로맥스의 방해로 캐서린이 학교를 떠나게 된다

이후 스토너는 점차 늙어간다

기초적인 강의를 하고 집필을 하고, 집에 오면 그레이스와 이야길 나누고 싶지만 이디스가 그레이스를 독점하고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만 키우고 싶어 한다

자라면서 점점 스토너와 멀어지던 그레이스는 어느 날 임신을 해서 오고, 급한 결혼 후에 미주리를 떠나간다

정년 퇴임을 앞둔 스토너는 퇴임을 연기하고 연구를 지속하고 싶어 하지만 홀리 로맥스가 방해해서 싸움이 일어난다

그러나 병원에 갔다가 스토너는 대장암 말기라는 것을 알게 되고 퇴임을 받아들인다

몇 주간 원고와 물건 따위를 정리하고 수술하지만 스토너는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하게 된다

캐서린은 스토너가 집필을 도와준 책을 마침내 출간하면서 헌사에 W.S(윌리엄 스토너)를 언급하고, 그레이스는 알콜중독자가 되어 콜롬비아주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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