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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Sep 08. 2015

생존의 한계를 확장해온 위대한 도전의 기록

케빈 퐁 <생존의 한계> 독후감

<생존의 한계>라는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일본의 731부대였다. 살아있는 인간을 대상으로 잔인한 실험을 행해 수없이 많은 희생을 낳은 끔찍한 전쟁의 과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러한 생체 실험으로 확인한 인체의 한계를 기술하지 않는다. 책 뒤편의 문구를 빌리자면 이 책을 ‘인체의 경이로운 생명력에 대한 찬사’이자 ‘생존의 한계를 확장해온 위대한 도전의 기록’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개인적인 평가로는 후자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더 정확히는 ‘위대한 의술의 발전 기록’이라고나 할까?     


<생존의 한계>는 총 9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 저체온 생리학, 호흡의 비밀, 심장 수술 등의 작은 주제를 가지고 있다. 주제를 보고 예상할 수 있듯 저체온 생리학은 오랜 시간 얼음물에 잠겨 있던 사람을 살려내는 기술에 대해, 호흡의 비밀은 물에 빠졌을 때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그 한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저체온부터 항공우주의학까지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기술을 읽으며 느끼는 것은 짧은 시간 동안 의학은 놀랍도록 많이 발전했다는 것이다.     


의학의 발전 속도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게 바로 제 9장 노화 부분이다. 이 장의 주인공은 103세 노인인 제임스 허드슨인데 이 사람은 19세기가 끝나가던 무렵에 태어났다. 그때 태어난 아기의 기대 수명은 평균 45년이었고 태어난 아기 10명 중 2명은 5세 이전에 죽었으며 심장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그러던 의학이, 한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는 사이에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구급차와 백신과 항생제 등이 보급되고 인간의 기대 수명이 80-90세를 넘나들게 된 것이다.     


보통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삶을 삭막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고 여겨지지만 의학만은 그와 반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얼음물에 빠졌던) 안나 보겐홀름, (승모판 수술을 받았던) 클레어 워드, (중증 화상을 입은) 톰 글리브 등은 종이 위의 글자가 아니라 숨 쉬고 살아가는 의사이자 아이들의 엄마이자 군인이다. 이들은 의사 및 과학자들의 탐험 정신과 그로 인해 발전된 의학이 없었더라면 충분히 더 누릴 수 있던 삶의 아름다움을 누리지 못하고 죽어야 했을 것이다. 의학의 발전은 생명을 더 오래 유지시켜주고 그 유지된 생명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삶을 삭막하게 만들기보다는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쪽인 것 같다.     


결론적으로 내가 기대했던 내용(인간의 호흡, 섭식, 수면, 배변 등의 한계치)이 충분히 나오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관련된 내용(인간이 견딜 수 있는 온도는 42도, 출혈 시 심장이 멎는 이유는 심장의 박출량이 심장으로 들어오는 혈액량과 관계되기 때문 등)이 있기도 했고, 다양한 분야의 탐험 정신과 그로 인한 소중한 결과물들을 알 수 있어서 유익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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