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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Sep 06. 2015

낮만 있는 삶은 정상이 아니다

<밤이여, 나뉘어라>의 창작 과정에 대한 추측

정미경의 <밤이여, 나뉘어라>는 2006년 이상문학상 대상작이다. 빛과 그림자의 의미를 문학적으로 다룬 이 소설을 읽고 그 창작과정에 대해 추측해 본다.

   

주제는 “낮(빛의 세계)만 있으면 살 수 없다. 밤(어둠의 세계, 그림자)이 있어야 한다”이다.    

  

즉, 화자가 경외하는 P는 뭐든지 잘하는 사람으로서 빛의 세계에 산다. 화자는 그의 환한 세계를 부러워하지만 알고 보니

그 (빛의) 세계는 그림자가 없어서 쉴 수 없고 정신이 황폐화 되는 곳

이다. 화자는 P를 따라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따라잡을 수 없다는 걸 깨닫고 같은 길을 달리기를 피한 사람이다. 그래서 패배자인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도 강한 패배의식을 갖고 있다.


작가는 어떤 계기를 통해 “누구에게나 그림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이것을 모티브로 채용한다. 그림자는 삶의 어두운 면, 사람의 약점 등을 의미한다. 고로 약점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 한 명의 주인공이 된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대비를 위해 일반적인 사람, 그러나 아주 평범하지는 않은 사람을 등장시킨다. 이 사람 역시 주인공이지만 화자의 역할도 수행한다.


완벽한 자는 P다. 똑똑하고 못하는 게 없다. 의대를 가고 시기를 받고 미국으로 가서 성공한다. 돈도 많고 화자가 사랑했던 M을 아내로 맞았다. 그리고 9년만에 만난 화자에게 자신은 단순히 생체에 작용하는 의학을 넘어 마음을 조절하는, 사랑의 강도와 유효기간을 정하는 약을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더할 나위 없는 빛의 인간이다.

화자는 P를 이길 수 없는 천재로 보고 그가 가진 것을 부러워하기 때문에 처음에 노르웨이에 있는 그의 집을 봤을 때는 집과 정원 등을 보고 천국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P의 실상은 천국이 아니었다. 그는 약의 연구를 위해 재산을 탕진했고 사는 것이 너무나 쉬운 나머지 싫증을 느껴 술에 빠지게 되었다. 소설 속 표현을 빌리자면

 “늘 날아다니는 것 같아 걷고 싶을 때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아내인 M과도 사이가 나빠졌고 P와 M은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것을 깨닫고 난 후 화자의 시선은 변한다. P의 낡은 자동차는 유희나 유머가 아니라 생활고를 드러낸 것에 불과했으며 자연과 잘 어우러진 것 같던 정원도 관리가 안된 것이었다. 백야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었으며 밤이 없는 삶으로 인해 힘들어 하는 M은 역경이 없는 삶으로 인해 힘들어 하는 P와 공통점을 갖는다.

화자는 학창시절 짝사랑했던 M이 힘들어 하는 것을 보고 P에 대한 환상을 깨며 M을 막 대하는 P에게 주먹질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화자는 P의 집을 떠나 호텔에 묵기 시작한다. P가 호텔 바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호텔 전화기로 전화 하지만 화자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고 수화기를 내려버린다.

P는 화자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다시 말해 빛이었다. 

그 빛이 사라지는 것은 삶의 목적이 사라지는 것과도 같다. 

그래서 화자는 P를 만난 기억을 아예 지워버리기로 한다. 그의 마음 속에는 영원히 P가 빛으로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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