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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Sep 02. 2015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독후감

나는 왜 사는가?
매일 쳇바퀴 돌듯이 반복되는 삶,
하하 소리 내어 웃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고,
매일 같은 밥에 같은 옷에 같은 일
이럴 거면 왜 사는 거지?


살다 보면 허무에 빠질 때가 있다. 타자를 치다가도 글을 쓰다가도 자전거를 타다가도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이대로 편하게 잠들 수만 있다면 죽어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우울증 환자나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위의 문장들에 공감이 된다면 당신 역시 유럽 학생의 25%와 미국 학생의 무려 60%가 겪고 있는 실존적 공허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자기 삶의 목표와 의미를 찾지 못함으로써 실존적(내가 왜 존재하는가에 대해) 좌절을 겪고, 그로 인해 겪게 되는 공허감을 빅터 프랭클은 '실존적 공허'라고 부른다. 빅터 박사는 실존적 공허를 치료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해냈는데 그것이 빈 제3정신의학파로 불리는 로고테라피 이론이다.


빅터 박사는 나치의 수용소에서 장기 생활을 하고도 살아남은 사람이지만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그 참혹한 실상을 적나라하게 풀어헤쳐 놓지는 않는다. 하루 밥이 어떻게 나왔는지 무슨 노동을 했는지 그런 이야기는 정말 지나가는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치가 있는 것은 정신과 의사의 관점에서 그 안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학문적으로 냉철하게 분석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가혹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그런 환경에서도 인간은 정신적 독립과 영적인 자유의 자취를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빅터 박사는 그 자신이 그런 사람은 되지 못했지만 수용소 안에서도 악마와 천사는 나뉘었으며 그것은 분명 같은 환경일지라도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는 오직 자기 자신에게 달린 것임을 보여주었다고 말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 오던 공허감을 직시할 수 있게 되었다.


나만 이런 공허감을 느낀 게 아니었구나

내가 우울증이 있는 게 아니라 삶의 목표를 찾으려는 욕망이 있고 그것이 좌절되었기 때문에 공허할 수밖에 없었구나

내가 삶의 의미를 만들고 찾기 위해 애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꾸로 삶이 내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이 생에서 나에게 주어진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중요하구나


책을 읽는 동안 이런 사고의 과정이 있었는데 아직 내가 살아가야 할 명확한 이유를 찾아내진 못했지만 그것은 빅터 프랭클의 다른 저서인 <삶의 의미를 찾아서>를 읽으며 차차 더 생각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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