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균, <어쩌다 한국인> 서평
어쩌다 보니 한국인으로 태어나긴 했는데... 한국인은 어떠한 심리적 특성을 갖고 있을까? 다른 나라, 다른 민족에 비해 두드러지는 특성이 있다면 무엇일까, 그것을 연구한 책이다.
총 여섯 가지의 특성을 꼽는데,
1. 주체성 2. 가족확장성 3. 관계주의 4. 심정중심주의 5. 복합유연성 6. 불확실성 회피이다.
1. 주체성이란 자신이 어떠한 단체나 모임에서의 주인공이 되려고 하는 성질을 말한다. 어떠한 상황을 자신이 지배하고자 하는 것도 포함된다.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기보다 그것을 이용하고 지배하려 드는 성질이 있다.
2. 가족확장성이란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들어지는 모든 관계들을 가족처럼 만들려고 하는 성질을 말한다. 이를테면 요즘은 풍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가족 같은 회사'라는 채용 문구 같은 것이다.
3. 관계주의란 조직을 중시하는 집단주의도 아니고 개인을 중시하는 개인주의도 아닌, 관계를 중시하는 성질을 말한다.
4. 심정중심주의란 어떠한 객관적 사실보다는 심정에 의거해 판단을 내리는 성질을 말한다.
5. 복합유연성이란 일관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둘 중 하나를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아하며, 이것저것 모두를 가지려고 하는 사고의 독특한 유연성을 말한다.
6. 불확실성 회피는 물질적으로 계량되거나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혹은 가치들)에 대해 별다른 가치를 두지 않는 성질을 말한다. 그러니까 언제나 확실한 것만 원하는 셈이다.
이러한 여섯 가지 특성에 대해 나름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을 하는데, 이러한 설명에 동감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감을 할지 솔직히 의문이다.
저자의 설명을 읽다 보면 상당히 꼰대스러운 사고가 엿보이는 대목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총리 후보자였던 안대희와 문창극을 두둔하는 부분이 있다. '안대희는 공직자로서 가정에 부를 가져다주지 못한 게 미안해서 16억을 받았다 했는데, 가장으로서는 그럴 수 있는 부분 아닐까?'라고 물음을 던지는데, 응 아니다. 차라리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들 평균 수임료가 얼마이고 그에 비해 16억이 어느 정도의 액수이므로 상식 이상의 수임료다/아니다로 주장을 했으면 모르겠는데 그런 동정론으로 따지면 세상 어디에 잘못한 놈이 있을까? 신창원도 어릴 때 선생한테 단 한 번도 사랑받지 못했던 게 한이라고 했으니 신창원도 감쌀 논리다. 그다음, 문창극 두둔은 도대체 어떤 사고방식을 가져야 나올 수 있는 것인가? 문창극을 기억하지 못할 사람들을 위해 그의 망언을 다시금 소개한다.
"일본의 식민지배와 남북 분단은 하나님의 뜻"
"조선 민족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게 된 것은 이씨조선 시대부터 게을렀기 때문"
"조선 민족의 상징은 게으른 것이다.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 지는 것이 조선 민족의 DNA로 남아 있었다"
이게 미친놈이지, 총리 후보자에 오를 인간인가? 이걸 두고 저자는 '그의 64분짜리 강연 모두를 들어보지도 않고 비판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것은 잘못된 태도다'라고 했다. 에이, 너나 들어라. '이런 쓰레기 같은 소리는 하면 안 된다'는 맥락이면 몰라도, 어떤 맥락에서도 저런 말은 용납이 안 된다.
그다음은 광우병 사태와 세월호다.
광우병 사태에 대해서는 정부의 논리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인 분노가 많았다고 하며 한국인의 국민성을 비판한다. 그 당시 논리적인 해명은 있지도 않았고, 비밀협상만 난무했는데 무슨 정보를 성실히 공개하며 정부의 의무를 다했다고 하는 것인가? 그러면서 뒤가 구렸는지 '재협상을 통해 개선되기는 했다' 같은 소리를 덧붙여 두었으니 참으로 가관이다.
이쯤 되면 세월호는 말 안 해도 알겠지만, 세월호에 대해 책임자를 찾아내 때려잡은 뒤에는 그 분노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는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했다.
그 분노가 어디 가긴? 지금 대한민국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게 세월호의 아이들을 구출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에 대한 분노, 세월호의 선적 기준부터 조사 과정까지 어느 하나 투명하지 못한 나라에 대한 분노다. 결국 박근혜가 탄핵당하고 나서야 세월호를 인양하고 있는 지금도 추모와 분노가 이어지고 있는데, 2015년 12월에 세월호에 대한 분노가 사라졌니 어쩌니 하는 글을 썼으니 저자의 수준도 알 만하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권하지 않는다. 나는 인터파크 e-book 어플 이벤트로 무료로 받았으나, 굳이 시간을 내서 이 책을 읽기를 권하고 싶지 않으며 오히려 비추한다. 차라리 이 책보다는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낫다. 이번 서평은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