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절라 더크워스, <그릿> 서평
해마다 나이를 먹고 경험과 지식이 늘어가면서 강해지는 생각이 있다.
이 세상 모든 건 타고난 대로 흘러갈 뿐이야. 능력도 재능따라 정해지고, 성공도 재능따라 정해진다.
그리고 그 뒤에는 이런 생각이 꼭 덧붙는다. "나에겐 재능이 없으니, 성공하지 못할 거야. 그리고 그게 당연한 거야."
하지만 정말일까? 앤절라 더크워스는 몇 년간 교직에 있으면서 재능이 성취를 좌우하는 게 아니라 노력이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됐고, 그로 인해 실제 연구를 수행했다. 그것을 통해서 발견해낸 게 '그릿'이며, 우리 말로는 완벽히 옮길 수 없지만 '열정적 끈기'라고 할 수 있다.
혹시나 이 정도만 읽고도 이런 생각을 할지 모른다.
물론 이런 연구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연구 결과란 건 해석하기 나름이야. 세상은 역시 재능일 테지. 마이클 페더러, 마이클 펠프스, 김연아 그들 모두 재능이 없었다면 그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이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은 고정형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다. 고정형 사고방식은 성장형 사고방식과 반대되는 사고방식으로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사람이 정말로 변할 수 있다는 깊은 믿음을 갖고 있다. 그러한 믿음이 전혀 없다면 당신은 <그릿>뿐만 아니라 어떠한 자기계발서를 보고, 어떠한 사례를 들어도 인간이 재능을 넘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릿>은 친절하게도 그런 사람을 위해서도 한 가지 치료를 추천하고 있다.
자신이 극단적인 비관론자로 판단된다면 인지행동치료사를 찾아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릿>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의견을 피력한 책이 아니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논문에 가깝다. 다만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논문과는 다르며, 보다 대중에게 친근하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릿'이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며, 그릿은 기를 수 있으며, 그릿을 통해 재능을 넘어선 놀라운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을 믿을 수 있다.
내 그릿이 얼마인지 검사를 해 보고 나서 나는 사실 조금 놀랐다. 그릿 점수가 2.8점이 나왔는데, 이는 하위 20%에 해당하는 낮은 수치였기 때문이다(심지어 정확히 하위 20%는 3.0점이므로 나는 그보다 낮다). 이를 조금 더 세분화해서 보았을 때는 열정 점수는 2.2점이고 끈기 점수는 3.4점이었다. 그러니까 열정에 비해서 끈기는 조금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래 봐야 내 점수가 하위 20%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변하지 않고, 비로소 나는 그릿이 부족한 인간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전혀 실망하지는 않았다. 그릿은 훈련을 통해 성장할 수 있으며, 그 훈련방법은 책 속에 아주 자세히 실려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아주 큰 목표, 그러니까 내가 지향하는 최상의 목표를 하나 두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작은 목표들을 구체적으로 정해 하나씩 실현해 나가면서 인간은 그릿을 기를 수 있다. 나는 여태까지 그런 방식을 통해 성장해 왔다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렇게 그릿이 높은 인간이 되지는 못한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내가 계속해서 지금 같은 방식으로 '어제 보다 나은 내일을 갈망'하며 살아간다면 언젠가 나는 그릿이 높은 인간이 되고 또한 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단 하나다. 이 책을 덮은 뒤, 머리로만 내용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실천하는 것. 오직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