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택,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서평
자전거를 타게 된 후로, 그리고 100km 이상을 달리게 된 후 내가 자전거를 타 보고 싶은 지역은 전 세계로 확장됐다. 세계 어느 나라든, 어떤 대륙이든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싶다는 욕망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금강, 낙동강, 북한강, 섬진강 등의 종주를 끝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년에는 대마도를 갔다 왔는데 우리나라에서 달리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 흠뻑 빠지고 말았다. 그 후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중에 발견하게 된 게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이다.
서평이니까 일단 평가부터 굵고 짧게 하겠다.
- 미국 자전거 여행에 관한 국내의 거의 유일한 서적
- 간결하고 솔직한 문체
이 세 가지 특징을 가진 책으로서 장거리 자전거 여행이나 캠핑 자전거 여행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봐야 할 책이다.
그리고 이제부턴 딴 얘긴데, 미국을 도대체 자전거로 왜 건널까? 사실 장거리 교통수단으로써 자전거의 효율성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보통 사람은 한 시간에 20km 정도를 이동하는 게 고작이며, 하루에 100-200km를 이동하게 된다. 저자의 경우 6000km 이상의 트레일을 횡단했는데 이 경우 약 두 달을 소모하게 된다. 같은 거리를 자동차로 갈 경우 길어도 2주 안에 도착할 거라는 점을 감안하면 네 배는 오래 걸리는 셈이다.
친환경적인 면에서 자전거가 낫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른데, 이동 과정 중에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음식이 모두 자연에서 나오는 생 것 그대로의 식품인 것도 아니고 이래저래 가공식품을 먹게 될 텐데 그런 면에서 꼭 친환경적인 것 같지는 않다. 물론 화석연료의 사용면에서야 당연히 자동차보다 백 배 낫지만.
편의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자전거로 여행을 한다 해도 여분의 타이어, 튜브, 잠을 자기 위한 침낭, 텐트, 밥을 먹기 위한 코펠, 식기 등 엄청나게 많은 짐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매일 덤프트럭이 지나가는 도로의 갓길 쪽을 달리며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하고, 비가 오면 그대로 비를 다 맞거나 나무 아래 자전거를 세워야 하며, 무릎이나 발가락 하나만 아파도 앞으로 갈 수 없다. 구구절절 떠들었지만 한 마디로 '개고생'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횡단하는 사람은 저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의 시초 자체가 건국 몇 년을 기념하며 (이 부분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남) 미국 청년들이 자전거로 미국을 횡단한 것으로서, 그 이후 길이 알려져 지금처럼 트레일이 형성된 것이다. 그래서 저자도 여행을 하는 도중에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과정은 자못 흥미롭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가 만난 사람마다 이유가 같은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효율성만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며, 자전거 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만 느낄 수 있는 감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한 경험보다 자동차를 탈 때가 즐거운 사람은 자동차를 타고, 자전거가 더 즐거운 사람은 자전거를 타는 것뿐인 것 같다.
자전거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자전거 여행도 참 좋아하지만 지금으로선 미국 자전거 횡단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몇 박 며칠의 종주 여행을 하면서 느끼기에 혼자 하는 자전거 여행은 지독하게 외로우며, 하루 100km 이상을 타게 될 경우 내가 도대체 이 짓을 왜 하고 있나 자괴감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많고, 특히 자전거 타는 건 괜찮은데 길바닥에서 불편하게 자는 것은 도저히 내 여행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 내가 미국 자전거 횡단 내내 모텔에 묵어도 될 만한 자금의 여유가 생기면 한 번 도전하고 싶은데, 실제로 책에서도 은행에서 나오는 이자를 가지고 여행을 다니는 부유한 부부의 이야기도 접할 수 있다. 그러니 자전거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펼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