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디, <고발> 서평
북한. 동포인지 적인지 알 수 없는 애매한 나라. 1950년 전까지만 해도 한 민족이었던 그들은 이제 정서적으로는 남이나 마찬가지인 존재가 되었다. 어쩌면 남보다 못한 존재일지도. 그런 그들에 대해 궁금하다 해도 자세히 알 방법조차 없다. 북한에 대한 찬양뿐만 아니라 그들에 대해 알고자 하는 행위조차 국내법상으로는 위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안보 교육을 벗어나 북한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자료는 거의 외신 기사밖에 없었는데 진짜 북한의 실상을 보여주는 소설이 등장했다. 바로 <고발>이다.
아무리 세 살잡이 어린애라 해도 선전부 지도원의 아들이 마르크스의 초상화에 놀라 병이 생겼다고 하는 것은 심히 일외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탈북기>에서 <빨간 버섯>까지 총 7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이 책은 말 그대로 북한의 참혹한 현실에 대한 '고발'이며 치열하고 또 치열한 르포르타주이다. 여기서 보여주는 현실들은 일견 거짓말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것이 실상이라면 이보다 더한 지옥은 드물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반항 앞엔 오직 가차 없는 죽음밖에 없는 이 땅
사실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남한 사람들은 대략 짐작은 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이 경제 봉쇄를 당한 것도 여러 번이며, 그들이 진정 자본주의를 혁파하고 그 단점을 극복한 공산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김 씨 부자의 세습과 권력 독점이 이뤄지는 국가를 세웠을 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익히 들리는 소문처럼 김정은이 매일 비행기로 캐비어를 공수해 먹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배고픔과 추위를 견디지 못한 북한 사람들이 수없이 탈북을 시도하고, 반동분자라는 이름으로 탄광에 끌려가고, 나무껍질을 떼어 끓여먹다 아사하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보일러를 세우게 되는 날엔 숱한 증기배관의 동파를 면할 수 없게 된다고 숨넘어가는 소리를 외쳐대며...
남북한을 떠나 인류애로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 벌어지고 있는 북한 이건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서글퍼진다. 우리가 쌀을 준다고 한들 그것이 북한 서민에게 얼마나 돌아갈 것이며, 우리가 돈을 준다고 한들 그것이 대체 어디로 가겠는가. 오직 세습 독재 체제가 붕괴하고 통일이 되어야만 굶주린 북한 사람들을 구해줄 수 있을 텐데 통일로 가는 길은 이 쪽도 저 쪽도 요원하기만 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반디라는 이 작가는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책에 실린 단편소설들도 대부분 90년대 말에 쓰인 것들인데 이십 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그가 살아는 있을는지. 부디 체제의 반역자로 찍혀 처형당하지 말고 쥐 죽은 듯 살다가 통일의 그 날 북한 고발 소설의 대가로 뜨거운 조명을 받고, 더불어 많은 보상을 얻게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