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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May 16. 2017

걷기가 사라진 미국에서 다시 한번 걷기를

케빈 클린켄버그, <걷기의 재발견> 서평

나는 걷는 것을 싫어한다. 급한 성격 탓에 어디든지 빨리빨리 가는 것을 좋아하고, 몸을 움직이는 것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자전거를 즐겨 타게 된 이후로는 더욱 걷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다. 자전거로 15분이면 갈 거리를, 걸어서는 1시간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15분이란 통상적인 이동시간이지만 1시간은 좀 다르지 않은가?


하지만 이렇게 걷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내가 유별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은 익히 알려져 있듯 성격이 급하며, 대중교통망이 잘 되어 있지만 자동차를 대단히 많이 소유하고 있는 편이며, 어디를 갈 때 걷는 것을 거의 선택하지 않는다. 

그러나 <걷기의 재발견>을 쓴 사람은 다르다. 이 사람은 미국에서 살고 있다. '걷기'가 이동수단으로써는 거의 퇴화해버린, 기름과 자동차의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걷기가 실종된 사회를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책은 전반적으로 걷기의 중요성이나 장단점, 걷기에 필요한 것들 등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만 어떤 부분은 공감이 되고 어떤 부분은 그렇지 않다. 특히 '미국'이기 때문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공감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우리는 대중교통이 대단히 잘 발달되어 있어서 어디를 갈 때 버스나 지하철 등을 이용하면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집에서 마트까지의 거리도 어마어마한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학교에 가거나 관공서에 들르거나 마트에 가는 것은 심하게 불편하고, 때로는 '불가능'에 가깝게 생각되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걷자고 하면 약간 불편하긴 해도 건강에 좋은 이동수단이자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충분히 '괴짜'로 여겨질 만하다. 적어도 미국인의 입장에서 저자는 괴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문장만은 절대적인 공감이 되었다.

운전을 할 때면 가게까지 1, 2마일의 짧은 거리를 갈 때조차 긴장하게 된다.

분명 자동차는 편리한 이동수단이지만 운전하는 과정은 그리 편안하지 않다. 주차된 차를 뺄 때부터 옆 차를 긁지 않을지 신경 써야 하고, 이동 중에는 갑자기 튀어나오는 보행자와 오토바이 등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신호등과 감시카메라도 보아야 하고, 주차할 때는 주차할 공간과 자신이 들어갈 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에 비하면 걷기는 얼마나 편안한가! 빨리 가고 싶다는 한 가지 욕심만 버리면 걷기는 충분히 자동차보다 좋은 이동수단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걷기를 강조하는 수많은 책들 중에서 이 책이 가진 하나의 장점이 있다. 저자가 무조건 걷기만이 최고다, 무조건 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걷는 게 힘들다면 자전거를 타도 좋고 대중교통도 좋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독자로 하여금 부담과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한다. 사실 어딜 가든지 걸어가라는 것은 여태까지 그렇게 살아오지 않은 사람들에게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자전거는 그보다 택하기 쉽고, 걷기보다 편하면서 걷는 것의 장점을 어느 정도 취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결론은 수많은 장점이 있으니 걷자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의 주변을, 그리고 집에서 마트까지, 학교까지 걷자는 것이다. 그렇게 걸으며 꽃냄새를 맡고 평소 보지 못했던 사람들을 보며 그저 빨리 편하게 이동하는 것에만 치중했던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겪어보자는 것이다.

자동차 안에서 보는 것과 안장 위에서 보는 것, 그리고 도보 위에서 보는 것이 전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익히 아는 자전거 애용자로서 저자의 주장에 격하게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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