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의 의무가 젊은 남자들에게서 빼앗아 간 것
축구스타 손흥민이 마침내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이뤄냈다. 정확히는 손흥민 개인이 아니라 한국 국가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남자들에게 이 순간은 '손흥민'과 한국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군면제'를 받아낸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만큼 이번 아시안게임은 시작하기도 전부터 손흥민의 입대 여부로 인해 우승이 관심사였고 특히 결승을 앞두고서는 정말 면제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인지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아닌 말로 손흥민이 군대 가고 말고는 손흥민 개인의 문제인데 왜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았을까? 나는 이것이 부당하게 남자에게만 지워진 국방의 의무에 대한 남자들의 자각이 시작되었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50년에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나서 북한과 갈등이 지속됨으로 인해 대한민국 남자들은 계속해서 청춘의 2-3년을 군대에서 보냈다. 그것은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한국에서 페미니즘이 대두하고 여자들이 여권 신장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남자들은 자신의 권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왜 남자만 희생해야 하는가?
군대에 간다는 건 사실 싫고 말고를 떠나서 인생을 망칠 수 있는 문제다. 질 나쁜 선임을 만나 괴롭힘, 심하게는 성폭행과 구타를 당할 수도 있고 강도 높은 훈련을 받다가 평생 재활이 필요한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심지어는 드물다고 하기엔 꽤나 높은 확률로 죽거나 자살당하기도 한다.(자살을 당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지만 여태 군대에서 발생한 의문사 건수가 얼마나 되는지 보면 납득이 될 것이다.) 운 좋게 별 일 당하지 않고 건강하게 제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선후임으로 인해 심리적 육체적 고통을 겪은 바가 많다. 그런데 대체 왜 남자만 군대에 가는 것일까? 여자는 군대에 갈 수 없는 걸까?
사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시원하게 납득되는 설명을 한 바가 없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해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래 두 가지 가정을 보자.
1. 여자는 남자보다 육체 조건이 불리해 힘든 일을 할 수 없다.
2. 여자는 남자와 동등한 육체 조건을 가져 힘든 일도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가정은 동시에 존재하기 힘든 것이다. 물론 여자가 남자보다 손가락 놀림이 부드럽다는 것을 육체 조건이 좋다고 한다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지만 근력, 근지구력, 폐활량 등의 일반적 육체 조건을 따지면 어떻게 두 가정이 동시에 존재하겠는가. 그러나 국방부는 여군 장교를 따로 선발해 몸소 그 불합리를 보여주고 있다. 1번대로 여자가 남자보다 약하다면 전장에서 여자는 남자 군인에 비해 약하므로 일반 병사를 인솔하는 장교의 지위를 가져서는 안 된다. 2번대로 여자가 남자와 동등하다면 오직 남자만 군대에 의무적으로 가야 하는 현재의 상황이 불합리하다. 이 모순을 풀어낼 해답을 가진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장담한다.
장교로 뽑을 수 있다면 사병은 왜 안 되는 것일까? 사병으로 뽑을 수 없다면 장교로도 뽑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닐까? 한 가지 더 보태면, 공익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이 할 수 있는 일 아닐까? 이것이 모든 남자들의 상식적인 의문이지만 여전히 국방부는 여자에 한해 체력 테스트 요건조차 별도로 마련해 두고 있으며 이는 '전장에서 군장이 여자에 한해서만 가벼워지나 보다.' 하는 식의 비꼼만 불러오고 있다.
다시 손흥민 이야기로 돌아가서, 손흥민은 추정 연봉 100억을 받는 일류 축구선수다. 군대에 가서 연봉을 받을 수 없다면 무려 200억의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단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200억을 못 받는 것도 문제지만 사람으로서 육체적 전성기인 20-30대에 자기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니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있을까. 남자들이 손흥민의 군면제를 두고 그렇게 농담도 많이 하고 관심도 가졌던 것은 이 200억과 2년의 희생이 자기가 이미 겪었던 바로 인해 마치 트라우마처럼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미 2년을 허비했지만 세계 축구가 필요로 하는 너는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끝으로, 나는 현역이 아닌 보충역 출신이다. 4주의 기초 군사훈련만 받고 36개월간 보건소에서 대체복무를 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다른 공익도 있었다. 허리 디스크가 너무 심해서 무거운 물건을 들 수 없는 사람이지만 보건소에서 여러 잡무를 도맡아 하고 있었다. 차마 월급이라고 할 수 없는 월급을 받고, 항상 체류지의 자유를 제한당해가면서 말이다. 장담하건대 여자들도 모두 기초 군사훈련을 수료하고 공익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뒤로 물러나 있는가. 동일 복무 동일 대접이야말로 무려 65년을 남성 단독으로 희생해 온 나라에서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일이 아닐까?
한국 축구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우승과 손흥민 선수의 군면제를 동일선상에 놓고 진심으로 축하하며 이만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