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와 아테나
지금 머무르는 비앤비에는 개와 고양이가 한 마리씩 있다. 집주인의 개 갈라, 다른 방 하숙생의 고양이 아테나다. 내가 이곳에 머문지도 열흘 가까이 되었다. 중간에 2박 3일 정도 우유니에 여행을 갔다와서 실제로 머문 시간은 일주일 정도 된다. 그동안 개와 고양이를 숱하게 많이 보았어도 두 동물과 함께 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요즘 이들의 매력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집주인의 개 갈라는 생후 1년 7개월 정도 되었다. 무슨 종인지 모르겠지만 희고 긴 털이 눈과 온몸을 덮었고 덩치도 커서 어지간해선 갈라보다 큰 개를 찾기 힘들 정도다. 눈이 담갈색이라 가끔 보고 있으면 사람 눈 같아 기분이 나빠지기도 한다.
하숙생의 고양이 아테나는 나이를 모른다. 다만 하숙생이 작년 하반기부터 이 집에 살았고, 그 때 이후로 키우기 시작했다고 했으니 생후 1년 근방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역시 종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보는 삼색고양이와 비슷하게 생겼다. 검정색, 갈색, 흰색 털이 섞여 있고 털이 짧아서 빠지지 않는다. 덩치야 갈라에 비하면 한참 작아서 2리터 물통 만하다.
그동안 개와 고양이가 무척 다르다는 걸 많이 들었고 실제로 길에서 만나도 개는 상당히 가까이 다가와서 살갑게 구는 반면 고양이는 도망가는 일이 잦기는 했다. 하지만 살면서 보니, 갈라와 아테나만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둘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내게 갈라는 약간은 골칫덩이 같은 느낌이다. 집에 돌아오면 마당에서 놀고 있다가 쏜살같이 문앞으로 달려온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 달려오던 기세 그대로 앞발을 번쩍 들어 내 배에 내려친다. 나름 환영의 인사겠지만 흙을 파고 놀던 개라 그 발톱에 묻어있던 흙이 그대로 내 옷에 묻는다. 나는 그럴 때면 꼭 발이나 머리를 한 대씩 때린다. 이게 내가 자기보다 서열이 낮다는 것을 상징하는 행위가 아닐까 싶어서.
갈라는 문을 열어주면 자유롭게 마당과 집안을 오간다. 밖에서 놀다가 들어올 때 문이 닫혀 있으면 앞에서 낑낑거린다. 그래도 시끄럽게 컹컹 대지 않는 걸 보면 장하다. 나갈 때도 낑낑거리며 문을 열어달라는 표시를 하는데, 간혹 동네의 다른 개가 우렁차게 짖으면 같이 짖어서 의사소통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 문을 열어주면 우렁차게 짖으면서 내려가기 때문에 다른 집에 피해를 줄까봐 이름을 꼭 한 번 불러서 조용히 시켜야 한다.
반면 아테나는 애교쟁이 아기 같은 느낌이다. 처음에는 절대 가까이 오지도 않고 내 접근을 허용하지도 않았다. 보통 주인의 방에서 안 나오는데 간혹 나와서 거실에서 우는 소리를 듣고 내가 가까이 가면 또 금세 도망을 가곤 했다. 처음으로 아테나를 만질 수 있었던 게 딱 일주일 정도 머문 후였는데, 첫 날부터 우렁차게 짖으며 내 다리에 몸을 비벼댔던 갈라를 생각하면 극명하게 대조된다.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적게 들은 것도 아니고, 별로 좋아하는 편도 아니지만 아테나는 특별한 목소리를 갖고 있다. 그야말로 “애옹”이라고 할 수 있는 소리를 내는데, 이 소리가 어찌나 간절한지, 한 번 들을 때마다 이상하게 내 애간장이 타들어간다. 너무 애절하기 때문에 그 소리를 내면서 아테나가 먹이를 가리키면 밥을 주고 싶고, 문을 가리키면 문을 열어주고 싶다. 그야말로 내가 아테나보다 낮은 위치에서 복종을 하게 되는 것이다. 누가 여우를 요물이라고 했던가. 내가 보기엔 고양이야말로 요물인 것 같다.
갈라는 내가 소파에 앉아서 쉬고 있으면 와서 다리에 몸을 비비거나 무릎에 자기 앞발을 올린다. 나도 개를 보거나 만지는 걸 딱히 꺼리진 않지만 가만히 있는데 몸을 치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갈라가 그럴 때면 조금 인상이 써지기도 한다.
반면 아테나는 좀 와서 치댔으면 좋겠는데 절대 먼저 내 몸을 건드리지 않는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켜보다가 다른 곳으로 곧 가버리곤 한다. 어제 처음으로 아테나의 머리를 만졌을 때는 드디어 조금 친해졌다는 쾌감이 들기도 했다.
가끔 집에 아무도 없고 모든 문이 열려 있을 때는 아테나도 갈라도 집안을 자유롭게 배회한다. 아테나는 한곳에 머무르는 걸 썩 좋아하지 않는지 계속 집을 돌아다니는 편이고, 갈라는 혼자 있을 때는 소파나 바닥에 엎드려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아테나가 움직이면 계속 꽁무니를 쫓아 다닌다. 다른 동물이 가까이 오는 걸 싫어하는 아테나는 계속 갈라를 피해 다니고, 갈라는 그것도 모른 채 좋다고 쫓아다니는 형국이다.
그저께는 집에 나 혼자 밖에 없었는데, 밤늦은 시간에 아테나가 계속 하숙생의 방안에서 울어댔다. 원래는 남의 방문을 열면 안되지만 그 소리가 너무 애절하기도 하고 한참이나 지속되기에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살짝 문을 열어보았더니 아테나가 곧 쪼르르 달려나와서 화장실에 달려갔다. 우리집 화장실에는 사람이 쓰는 변기 옆에 동물용 변소가 있는데 아테나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그렇게 울어댔다고 생각하니 참 영특해 보였다. 그러한 반면, 갈라는 오늘 아침 화장실 바닥에 사람만큼이나 큰 똥을 싸질러 놓았다. 이 녀석은 어제 밤에도 누구의 것인지 모를 슬리퍼를 갈기갈기 물어 뜯어 놓아서 한 대 맞았는데 이렇게 아침에는 똥까지 싸재끼니 어떻게 예뻐해 줘야 될까.
나는 원래 고양이보다는 개를 좀 더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좋아하는데 그 생김새도 품위가 있지만 털이 부드럽고 얌전하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개보다 덜 선호한 것은 애완동물이란 자고로 교감이 있어야 하는데 독립적인 성향 탓에 별로 교감을 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한 탓이다. 그러나 두 마리와 함께 지내보니 내게는 고양이가 좀 더 잘 맞는 것 같다. 나 역시 누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기보단 적당히 혼자 있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물론 부가적으로 개가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싸고 더 시끄럽다는 것도 내게는 매력이 떨어진다.
요즘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자료 조사하고 글 쓰는데에 보낸다. 그래서 보통 1미터 이상 떨어진 곳을 볼 일이 없고 모니터와 공책만 보는데 종종 아테나가 내 방에 들어와서 혹시 다칠까봐(전선을 물어뜯거나 뭘 떨어트리거나) 지켜보고 있으면 자세 전환과 눈 운동도 되고 보는 재미도 있다. 고양이의 몸놀림은 매우 섬세하고, 중간부터 휘어지는 다리와 동그란 발이 만드는 유려한 곡선이 무척 아름다워서 한참을 봐도 질리지 않는다. 그렇게 도도하게 걸어다니다가 종종 내 눈을 마주치고 예의 그 “애옹”하는 간절한 소리를 들려줄 때면 꼭 안아주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고양이를 키우는 게 우울증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연구를 본 적이 있는데 그 기분이 늘 집에 앉아있는 글쟁이로서 십분 이해된다.
다만 내가 늘 애완동물은 키우지 않았던 것은 정말로 이런 동물을 자연이 아닌 비좁은 집안에서 키우는 게 좋은 일인가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또 하나의 생명을 책임 지고 키운다는 게 무척 무거운 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 생각에는 별로 변함이 없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가도 이 아름답고 도도한 생물을 키우게 될 지는 잘 모르겠어서, 열심히 아테나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