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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Dec 18. 2018

극한직업 엄마 르포

신나리, <엄마 되기의 민낯> 독후감

 결혼과 출산은 결혼 적령기 미혼 남성인 나로서는 하루에 세 번씩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결혼과 출산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그 하루 세 번 동안에도 여러 차례 바뀌곤 한다. 외로우니까 결혼을 해야겠다 싶다가도, 혹시 아내를 두고 내가 죽어버리면 어떡하나 싶어 안 해야겠다 결심하고,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자식은 가져봐야지 싶다가도, 역시 아이와 아내를 두고 내가 죽어버리면 어떡하나 싶어 포기한다. 이런 결혼과 출산에의 고민을 안 해 본 2030 남녀가 없겠지만 이렇다 할 답은 내리기가 어려운데, 그것은 우리가 겪어보지 않고선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엄마 되기의 민낯>은 출산과 육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답을 내리지 못한 남녀가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원래 아이란 돌보기 힘든 존재라고 생각해 왔고, 이 책이 나의 그러한 선입견을 확인하고 강화시켜 주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아이는 낳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결심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이 아이 낳으면 고생이니 낳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고생담을 털어놓으면서도 책의 말미에서 아이를 낳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었고, 성격이 여러모로 변했고, 이제는 남의 아이일지라도 아주 좋아하진 못해도 전보다 애정있게 바라보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육아 관련 서적을 전혀 읽어보지 않아서 비교는 어렵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자의 솔직함이 아닐까 한다. 엄마가 되었지만 후회되는 순간도 있었고,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를 때리고 싶은 적도 넘쳐났다고 저자는 솔직하게 고백한다. 저자의 말마따나 아이를 키우는 것에서 엄마의 역할에 대해 엄격함과 신성함을 동시에 부여해 온 한국사회에서 꺼내기 쉽지 않은 말이다. 그래서 나는 저자의 용기를 존경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책 안에  써 둔 모든 문장에 동의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아이를 낳은 것에 대해서 사회적인 시선과 압박이 있으므로 출산을 했다고 해서 그게 전적으로 엄마의 책임이 된다고는 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는데, 여기에 대해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저자는 스스로 젊은 날 어머니의 말씀을 곧이 곧대로 따르기보다 자기의 개성과 자유를 찾아가는 편이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나중에는 사회의 시선도 있고 해서 아이 낳는 것을 고려해보게 되었다는 것은 조금 어폐가 있다. 물론 사회적 시선이 신혼 부부로 하여금 아이 없이 사는 것을 '비정상'처럼 여기게 만든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과 책임은 어디까지나 자기 몫이라는 게 내 생각이라는 뜻이다.

 미혼 남성으로서 출산과 육아가 얼마나 큰 짐인지 소상히 알기는 어렵다. 여자들이 TV를 통해, 남자친구를 통해 군대 이야기를 아무리 들어도 거기가 얼마나 개 같은 곳인지 체화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나는 이런 책이 많아지고, 또 사람들이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태까지 한국 사람들은 출산과 육아를 너무 쉽게 생각해 왔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태어날 때 자기 밥숟가락을 가지고 태어난다."이다. 그 밥숟가락이 있을 거라 믿었다가, 흙수저를 물려받아 괴롭다고 우는 청춘이 한둘이 아닌 세상이다. 그래서 출산과 육아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무겁게 생각하는 풍조가 생겨났으면 한다. 저출산 극복을 추진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내 글이 참으로 밉상이겠지만, 아이 낳는 건 게임 캐릭터 생성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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