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송 Dec 14. 2018

불안한 자의 필독서, 현대인의 필독서

알랭 드 보통, <불안> 독후감

 나는 매일 불안을 느낀다. 취업하기 힘들면 어쩌지? 갑자기 통장에 있는 돈이 떨어지면 어쩌지? 갑자기 부모님이 아프시면 어쩌지? 갑자기 지진나면 어쩌지? 이렇게 아둥바둥 살다가 내년에 큰병에 걸리거나 사고로 죽으면 어쩌지? 기우라고도 할 수 있고 현실적인 걱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런 걱정으로 나는 매일 불안하다.

 다른 사람들도 아마 불안을 느끼기는 할 것이다.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다 보면 다들 얼큰하게 취할 때쯤에 하게 되는 이야기는 항상 무언가에 대한 불안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걱정보다 우리는 뭔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불안,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내면에 가지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이 그것을 <불안>에서 이야기한다.

 먼저 작가는 왜 불안을 느끼는가에 대해 다섯가지 원인을 제시한다. 애정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이다. 남들에게 애정을 받고 싶어서, 우리가 속물이라서, 기대를 해서, 능력주의 때문에, 미래가 불확실해서 불안을 느낀다. 한 가지 한 가지 항목을 모두 주의깊게 두세번씩 읽어볼 만하다. 특히 나는 능력주의 때문에 불안을 느낀다는 것에 크게 공감했다.

 왜 능력주의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가? 옛날에는 지구 대부분의 나라가 계급제 사회였다. 농민은 귀족을 위해 일했지만 그렇다고 농민으로 사는 것에 불만을 느끼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농민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농민으로 사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요즘은 완전히 다르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해서 농부로 사는 건 당연하지 않다고들 한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선전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재벌이 될 수 있고, 문맹인의 아들로 태어나 교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능력주의 사회니까. 그러나 만약, 내가 그 능력주의 사회에서 서열이 낮은 존재가 된다면? 나는 스스로 능력도 없고 그래서 서열이 낮은 사람이라는 부정적 인증을 이중으로 하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항상 능력있어 보이고 싶어한다. 그래야 불안이 덜어지니까.

 다섯가지의 원인을 이야기 한 다음에 작가는 이제 해결책으로 또 다시 다섯가지를 제시한다.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 불안하다면 존재의 본질을 탐구해 보세요, 예술에 빠져 보세요, 종교를 믿어보세요 그런 메시지들이다. 역사적으로도 그게 해법이 되어 왔다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나에게는 보헤미아가 나를 위한 해법처럼 여겨졌다. 사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보헤미아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보헤미아처럼 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기존 질서에 반항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재벌과 기득권과 국회의원들과 모든 상위 계급에 있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놀리기를 좋아한다. 친구들 모두가 취업의 트랙에 올랐을 때 나는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고, 지금은 돈도 벌지 않으면서 볼리비아의 한 빌라에 누워 이 글을 쓰고 있다. 나는 그저 내가 자유를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건만, 능력주의 사회에서 불안을 견디지 못한 한 가련한 인간으로서 발버둥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어찌 놀랍지 아니할까.

 우리는 불안한 게 당연한 사회에 살고 있다. 꼭 지금 사회가 비관적이라서는 아니고, 원래 본능적으로 남에게 애정을 기대하기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는 종족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 책은 모두의 필독서다.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나를 항상 불편하게 만들고 때로는 울게 때로는 화나게 만드는 불안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생각해 보게 되는 아주 좋은 책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플갱어가 쓴 책을 찾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