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녹음의 숨결, 애도(艾島)

청년섬캠프 2차, 사양도와 애도 이야기, 2일 차

by 유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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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고, 섬캠프의 2일째이자 마지막 날이 시작되었다. 언제나 느끼지만 1박2일의 여행은 짧다. 작은 섬을 돌아보아도 그 섬길을 기억하긴 쉽지 않고, 사람들과 친해지기엔 더욱 짧은 시간이다.


오늘의 아침식사는 갈매기카페에서 먹는 굴 떡국과 김치 3종. 굴이 맛있으니 그냥 먹어도 술술 넘어갔다. 김치는 배추김치 깍두기 그리고 갓김치 3가지가 나왔는데 갓김치의 강렬한 향이 아주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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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우리들은 애도 트레킹을 시작했다. 갈매기카페의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애도의 작은 산에 올라갈 수 있는데,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은 숲은 왕성하게 우거져 신령스러운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특이했던 건 요즘 내륙지방의 산과 달리 아직도 녹음이 우거지고, 꽃들이 남아있었다는 사실이다. 마치 여름 숲과도 같았는데, 과연 해남보다 더욱 남쪽에 있는 섬 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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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길에 애도 선생님(애도가 좋아서 부인과 함께 애도에 정착하셨다고 한다)께서 당집을 보여주셨다. 1995년까지도 제를 지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지내지 않는다고 한다. 당집 안에는 당산 할머님 신주와 봉호 신주(애도를 봉호도라고 부르기도 한다)가 모셔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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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다 오르자 예상외의 풍경이 나타났다. 울창한 숲의 끝에서 하늘이 열리는가 싶더니, 꼭대기에 오르자 시원하게 바다가 펼쳐졌다. 멀리 나로도항이 있는 마을이 보였고, 배가 만들고 지나간 물결은 한참이나 제자리에서 머물며 사라지지 않았다. 그림 같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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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산꼭대기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꽃밭까지 있었다. 쑥섬 선생님께서 직접 씨를 뿌리고 관리하시는데 지금은 겨울이라 꽃이 많이 없지만 봄 여름 가을에는 정말 예쁘다고 하셨다. 아닌 게 아니라, 지금은 추위 때문에 꽃이 많이 졌는데도 남아있는 꽃들이 화사하게 빛나고 있었고, 사람들은 로즈마리의 잎을 뜯어 향기에 취하기 바빴다. 내년 봄, 꽃 핀 애도의 모습이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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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트레킹이 끝난 후, 우리는 다시 작은 배를 타고 섬을 떠났다. 멀리서 갈매기카페가 꼭 다시 오라고 쳐다보는 것 같았다. 배가 나로도항에 가는 짧은 시간 동안, 사람들의 눈은 애도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작은 섬 안에 그리 멋진 숲이 있을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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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도항에서 버스를 타고 간 곳은 나로우주과학관이었다. 과학관 앞에는 진주에서 온 어르신들이 점심 도시락을 잡숫고 계셨고, 안에서는 우주복을 입은 캐릭터가 우리를 반겼다. 안에는 중력과 우주, 위성 발사에 대한 모형과 체험 프로그램 등이 있었는데 발사 당시의 진동을 느껴볼 수 있다는 진동체험대는 기대 이하였다. 우르르 쿵쾅하는 진동을 기대했는데 돌아온 것은 조금 강한 휴대폰 진동이었달까.


마지막 식사인 점심은 나로도항의 순천식당에서 먹었다. 원래는 정식 밖에 안 나올 터였지만, 섬연구소의 배려로 제철 삼치회와 삼치구이를 배 터지게 먹을 수 있었다. 삼치회는 처음 먹어봤는데 고급스러운 기름진 맛이었고, 그걸 양념간장에 찍어 김에 싸 먹으니 고급 참치회보다도 맛있었다. 가을에서 겨울 사이 전남 지방에 와야만 제대로 맛볼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걸 먹었으니 정말 행운이었다.


섬에 간 1박2일간 쉬는 시간도 별로 갖지 않고 열심히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꼈다.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님은 섬에 대해서 정말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갖고 계셨고, 우리나라의 많은 섬들을 알리고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계셨다.

처음 가 본 고흥의 섬은 육지에서 매우 가까웠지만 아직 다리가 놓이지 않아 섬 본연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었다. 사양도에서 가장 젊은 한국 여자라는 50세 아주머니께서 직접 담그던 고추장을 맛 보여주셨고, 애도에서는 애도를 사랑하는 선생님께서 등대와 당집 등 이 곳 저 곳을 친절히 안내해 주셨다.

섬에는 도시에서 찾기 힘든 고요가 있었다. 낡음이 있었고, 오랜 시간이 있었다. 숲은 바닷바람을 머금었다가 사람의 발길 속에 돌려주고, 파도는 바다에서 밀려온 쓰레기와 톳을 끊임없이 해안으로 밀고 왔다. 어르신들은 과거의 영광을 기억 속에 간직한 채 묵묵히 삶을 이어갔다.

다시금 가고 싶은 애도의 숲 속을 떠올리며, 청년섬캠프 2차의 기행문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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