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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Dec 22. 2018

[노답민국] 노오력하면 부자 될 것 같으세요?

빈부 격차 (2)

당연하지만 앞으로 더 심해질 양극화

 한 가지 설문 조사를 해 보고 싶다.

 "당신은 당신의 자식이 당신보다 더 잘 살게 될 거라고 생각하나요?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혹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는 "아니요."라고 답할 것이다. 이유는 "내가 버는 정도의 돈으로 내 아들에게 내가 받았던 것보다 더 좋은 교육, 더 좋은 집을 제공할 자신이 없고 부자들의 재산이 늘어나는 속도는 내가 돈을 버는 속도보다 더 빠르니까요."라고 덧붙일 것이다.

 경제적으로 신분 상승이 가능한 것은 사회가 지속적인 성장기일 때 그나마 기회가 있다. 70년대에 사업을 하거나 80년대에 의사가 되거나 최소한 90년대에 사법고시를 쳤어야 했다. 2000년에 들어선 이후로 우리 사회에는 신분 상승이 가능한 직업은 없어졌다. 물론 의사는 여전히 돈을 잘 버는 직업 중 하나지만 그들은 그 돈을 잘 벌기 위해 6년 학교를 다니고 5년 병원 수련을 받은 다음 3년간 군의관으로 복무하고 빨라야 34살에 사회에 진출한다. 맙소사, 그들은 많은 돈을 벌 자격이 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부자집 아이들과 우리집 아이들(비록 나는 자식이 없지만)이 태어날 때부터 어떻게 다른 삶을 사는지 빠르게 비교해보자.

 부자집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란다. 갖고 싶은 장난감을 다 가질 수 있는 건 물론이거니와 공부에 관심이 있다면 온갖 책을 다 사들이고 개인 교사까지 둘 수 있다. 수영과 골프를 배우며 방학이면 전세계를 여행하며 견문을 넓힌다. 물론 초등학교 1학년 정도만 되어도 이미 영어는 원어민처럼 자연스럽게 하고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를 잘하면 아주 쉽게 명문대에 입학하게 되고, 중학교 때 조금 싹이 노랗다 싶으면 해외로 유학을 간다. 거기서 지내다가 한국의 대학에는 재외국민 혹은 외국인 전형으로 영어와 대외활동 등의 이력을 통해 손쉽게 입학한다. 그리고 그들은 평범한 직업을 갖지 않는다. 평범한 직업을 갖더라도 오래 일하지 않으며 서른 살이 되기 전에 한 기업의 '이사' 따위가 된다.

 우리 아이들은 이 중 하나도 가질 수 없다. 태권도를 가려면 수학 학원을 그만 둬야 하고, 수영은 목욕탕에서 본능적으로 알음알음 깨친다. 옷은 브랜드를 입으면 운이 좋은 거고 보통은 부모님이 사다주신 시장표를 입으며 대학교에 가서도 5평 남짓한 원룸에서 라면과 편의점 도시락으로 연명한다.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레드오션이란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치열한 구직 경쟁에 뛰어든다. 그렇게 일자리를 구하면 친구들 사이에선 '위너'가 된다.

 요즘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위는 연예인, 또 높은 순위에 유튜버가 있다고 한다. 이유가 뭐겠는가. 월급쟁이 생활해봐야 평생 집 한 채 마련하기 힘들다는 걸 애들도 다 알게 된 것이다. 미디어의 조기교육이 아이들을 현실적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노오력하면 극복가능한가요?

 양극화가 낳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바로 근로의욕 저하다. 뼈빠지게 일해서 신입사원은 160만원 받고, 사장은 얼마를 받는지 모르겠지만 최소 1억은 버는 것 같다. 내가 점심에 삼각김밥 하나를 더 먹을까 말까 고민할 때, 사장은 전복 삼계탕을 먹고 들어와 오후 내내 잔다. 이러니 일할 맛이 날 리가 없다. 일은 내가 하고, 돈은 딴 놈이 번다!

 요즘 젊은이들이 힘든 일을 안하려 들고 끈기가 없다며 어릴 적부터 근로의욕이 넘쳤던 어르신들께서는 노오오오력을 해야 된다고 설교하신 바 있다. 그러나 노오오오력 하던 청년들이 숱하게 많이 몸을 다치고, 마음을 상하고, 죽기까지 했다.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가 세상을 떠난 청년은 도대체 몇 살이었던가. 그 청년은 얼마나 사람답게 살고자 노력했을까. 가슴이 먹먹하다.

 단정적으로 말해 당신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노력이 아니라 노오력, 노오력을 넘어 노오오력을 한다고 해도 당신이 양극화를 극복하고 극빈층에서 중산층, 중산층에서 부유층이 될 확률은 5%도 되지 않는다. 너무 비관적인 것 아니냐고? 고만고만한 살림이었던 고등학교 동창 중에 십 년 뒤에 부자가 되어 독일 3사의 자동차를 끌고 나타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300명이 함께 졸업했다면 그 중 10명만 그런 사람이 있어도 놀랄 것이다. 어떤 사람은 5%면 해볼만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동전 20개 중 하나에만 볼펜으로 표시를 해 놓고 바닥에 일정한 간격으로 깔아라. 그리고 단 한 번의 기회를 줄 테니 거기서 표시한 동전을 찾아봐라. 그게 5%의 확률이다. 세상에 절대란 없으므로 우리가 부자가 될 확률이 0%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게 노력만으로 극복 가능한 수준은 절대 아니다. 부자가 되는 것은 원래도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지금은 부자들이 이미 그 게임의 룰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괜히 희망을 갖고 코피 흘려가며 노력하지 마라. 당신이 노력해서 연봉 5% 오른다 해도 물가는 3% 오를 것이며 금리는 2% 오를 것이고 당신이 사고 싶어하는 꿈의 집은 15% 비싸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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