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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Dec 22. 2018

[노답민국] 갑질의 나라

갑질의 나라

포스코 상무는 라면을 제대로 끓이지 못했다는 이유로 기내에서 승무원을 폭행했다. 대한항공의 조현아 부사장은 마카다미아 제공 과정을 질책하며 승무원과 사무장을 폭행하고 무릎 꿇리고 심지어는 비행기에서 쫓아내 이륙을 지연시켰다.
얼마 전 패스트푸드점의 드라이브 스루 코너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주문을 잘못 받았다며 음식을 봉지째 집어던진 운전자가 있었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패스트푸드점의 계산대에서 아르바이트생에게 음식을 던지는 사람이 나왔다.

 연일 갑질 뉴스가 터진다. 기업의 고위 임원이 자기 회사도 아닌 승무원을 폭행하고, 항공사 부사장은 다른 승객들이 다 타 있음에도 비행기 출발을 지연시켜가며 사무장을 폭행했다. 사람이 사람을 아무렇잖게, 시답잖은 이유로 폭행할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그들의 지위가 그들을 괴물로 만든 것일까?

 그러나 꼭 고위 임원들만 그러는 것도 아니다. 요즘 오히려 가장 흔하게 관찰되는 것은 일상의 갑질이다. 특히 많이 발생하는 것이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에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폭언과 폭력이다. 최저 시급 받고 일하는 청년들에게 어떻게 하면 물건을 집어던지고 욕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까?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면 당신이 바로 정상이다. 

 하지만 세상이 전부 정상인으로만 이뤄져 있다면 정상/비정상이라는 구분조차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생각보다 갑질이 만연해 있고 그건 꼭 폭언이나 폭력으로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가장 접하기 쉬운 예가 바로 자영업자들에 대해 '후기 쓰기'다. 맘카페를 중심으로 자주 일어나는 이 갑질은 자기가 이용한 식당이나 미용실 혹은 병원 등의 서비스가 '자기 기준에' 차지 않을 경우, 인터넷에 좋지 않은 후기를 남긴다. 음식이 맛 없어요, 바퀴벌레가 보였어요, 원장님이 은근슬쩍 브라끈을 만졌어요 등등. 사실이 아니지만 상관없다. 적당히 '그런 것 같았다'는 뉘앙스를 통해 고소는 피하고 해당 가게의 명예는 실추시켜 매출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그 사람들은 그 과정을 통해 권력을 체험하고 즐긴다. 세상에 얼마나 즐길 거리가 없으면 남의 인생에 해악을 끼치며 즐거워 하는지. 그러나 이런 사람은 지금 한국에 즐비하다. 언제든 꼬투리를 잡으려는 시뻘건 눈이 시내를 배회하고 있으니 부디 조심하도록 하자.


어쩌면 본능, 그래서 노답

If you want to test a man's character, give him power.
그 사람의 성품을 알고싶다면, 그에게 권력을 줘 보라.

 갑질 뉴스를 보며 사람들은 한탄한다. 아니 세상에 어떻게 저런 극악무도한 놈이! 그러나 슬프지만 감추고 싶은 진실은, 사람들은 권력이 없어서 휘두르지 않는 거지 손에 쥐기만 하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실험으로 교도관-수감자 실험이 있다. 분명 평범한 사람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는데 교도관과 수감자의 역할을 주었더니 교도관들은 권위적이고 폭력적으로 돌변하여 수감자들을 못살게 굴었다. 교도관 역의 피험자들이 수감자 역의 피험자들을 교묘한 방법으로 성적 학대를 포함한 고문 등 가혹행위를 하기까지 했다. 겨우 실험 5일 만에 말이다.

 이렇게 환경(권력)만 주어지면 사람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고, 심지어는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본능에 가깝기 때문에 어른들이 누차 말하듯 '사람답게 살기'란 참 힘들다. 두 발로 걷고 한국말 할 줄 안다고 해서 사람이 아니고 권력이 있어도 그것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아야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위 임원들이라고 해서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모르겠는가? 강도와 살인자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몰라서 범죄자가 되는가? 알아도 그것을 실천하지 않기 때문에, 실천하지 않는 것이 때로는 더 쉬운 길이기 때문에 수많은 문제가 야기되는 것이다. 고로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나는 안 그럴 거니까 괜찮아.'라는 생각이 든다고 해서 방심하지 마시라.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어렵지만 안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쉽고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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