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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Dec 24. 2018

[노답민국] 초고령사회가 온다

고령화 (1)

초초고령화 중인 한국

 2017년, 나이에 따른 예를 중시하는 대한민국으로서 아주 경사스러운 일이 있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살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14.2%로 기준인 14%를 넘어 공식적으로 고령사회로 진입한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 젊은이들도 고령사회의 시민인 관계로, 유교식 예절이 남아있는 중국이나 대만 등의 국가에 가서 같은 나이의 친구들보다 어른 행세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그 노인사회에서 왔는데 어디서 반말이야!"

 구체적으로 보면 유엔 등 국제기구는 노인 비중이 7% 이상일 경우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하는데 이제 한국사회는 고령사회에 진입을 한 것이고 일본의 경우, 1970년 7%에서 1994년 14%로 고령 인구 비중이 늘어나는 데 24년이 걸렸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26년에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는데 이제 고작 10년도 남지 않은 초고령사회의 진입을 앞두고 우리는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을까? 아니, 초고령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예상은 하고 있는 걸까?


저출산+고령화=환장의 짝꿍

1. "지훈아, 왜 결혼을 안 하니?"
"마, 결혼 할라면 집이 있어야 되는데 월급 이백으로 집은 어느 세월에 사노. 지금 남은 학자금대출이 2천 5백이다. 혼자 먹고 살기도 버겁다."
2. "충현아, 왜 애를 안 낳니?"
"야, 지금 내 살림에 애 낳아봐야 애 미래도 뻔해. 나는 얘를 일류로 키워낼 돈이 없고, 애도 그저 그런 성인이 되어서 적당한 중소기업에서 월 이백 받고 살 것 같아. 나는 이미 태어났으니 살지만 애한테 그런 삶을 주고 싶진 않다.."
3. "지희야, 자식 안 갖고 싶어?"
"어머 얘는, 애 가지면 열 달 동안 술도 못 마시지 좋은 것만 보고 들어야 되지 배 무겁지, 나중에 애 낳으면 끝나니? 기저귀 갈아주고 쫓아다니면서 밥 먹이고 거기다 어린이집 보내려면 줄 서야 된다며? 난 못 해, 얘."

 사실 고령화는 단지 사람이 나이를 먹기 때문에 진행되는 것만은 아니다. 노인 인구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사회의 고령화라고 일컫는 만큼, 전체 인구 중 65세 미만의 인구가 더 많으면 고령사회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고령화가 되는 주원인으로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인 저출산을 꼽지 않을 수 없다.

 2018년,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1.0 이하로 떨어졌다. 이 정도 수치는 전세계에서 처음 보는 것일 정도로 낮은 것이라고 하며, 이에 따라 생산인구감소와 초고령사회 진입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마디로 진짜 큰일났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저출산이야말로 몇 년 전부터 박근혜 정권, 문재인 정권을 막론하고 정부에서 어마어마한 예산을 들여 해결하려고 했던 문제라는 것이다. 출산비 지원, 신생아 출생시 출산장려금 지원, 자녀 양육비 지원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더이상 아이를 낳지 않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원인을 찾고자 해도 경제, 사회, 교육 등 너무나 많은 분야에 문제가 산재해 있어 이것이 원인이다! 하고 하나를 꼽을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순서대로 짚자면 현재 혼인율과 출산율의 상관관계부터 보아야 할 것 같다. 혼인율과 출산율을 비교해보면, 일단 결혼을 하면 낳는 아이의 수는 예전과 크게 변함이 없다. 문제는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혼은 또 왜 하지 않을까?

 모든 것을 정부에서 통제했던 전체주의 시대의 옛날과 달리 이제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개인주의가 더 보급된 것도 있고, TV나 인터넷에서 결혼 이후에 불행해졌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쏟아진 것도 이유겠지만 한창 지금 결혼을 해야 할 80년대생들이 결혼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현재 한국의 결혼 문화상 결혼을 할 때 남자는 집을 마련하고, 여자는 3천만원 정도의 혼수를 마련하는데 여기서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한다. 지방에서 빌라를 사도 1억은 하고 서울이면 더더욱 비싼 집을 겨우 30대 초반의 남자가 마련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여자는 4년제 대학을 바로 졸업할 경우 24살부터 직장 생활을 하게 되지만 남자는 최소 26살부터 시작하게 되며 사회초년생의 월급은 거기서 거기로 300만원을 넘기기가 힘들다. 그러니 1년에 1천만원씩 저축을 한다고 해도 남자는 10년이 필요하니 36살이 되어야 하고, 여자는 3년 즉 27살이면 준비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 평균 결혼 연령이 남자는 35세 전후, 여자는 30세 전후로 밀리는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자의 집안쪽에서 남자에게 집 장만을 요구하는 문화가 없어져야 하고, 무엇보다 서로 재산에 대해서는 큰 요구를 하지 않아야 하는데 옆집 영희는 시댁에서 2억짜리 아파트 받고 결혼했다는데 우리집 귀한 딸내미 진희는 단칸방 월세로 시작하는 꼴을 두고 볼 어머니가 많을 리 없다. 결국 남의 눈치 보다보니 혼수 요구 문화는 사라지지 않고, 그 장벽이 너무 높다보니 남자들이 애초에 결혼을 포기해 버리는 게 우리의 현실.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요즘은 이런 말도 나온다.

"10년 뒤에는 결혼을 했다는 것 자체가 부자라는 증거가 되지 않을까?"

 어차피 지방의 집값은 하락하고 있고 반등의 기미는 요원하니 지자체 등에서 신혼부부에게 집을 지원하는 방식을 통해 주거 문제를 해결해 주면 아주 좋겠지만, 이럴 때면 꼭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산주의도 아니고 왜 그런 지원을 해 주느냐고 목소리를 높이시는 지방 호족들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집만 지원해 준다고 냉큼 이사를 갈 수 없는 것이, 지방으로 옮긴다고 직장이 같이 옮겨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역시 일자리가 가장 많은 서울과 경기도 주변에 살 수 밖에 없고 서울은 이미 인구가 지나치게 몰려들고 있는 지역이니만큼 지자체에서 신혼부부를 지원해 줄 이유도 여력도 없다.

 그리고 지금의 추세로 보아서는 앞으로 결혼은 해도 아이는 낳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 당장 아이를 가지고 낳았을 때 육아 휴직을 인정해 주느냐의 문제(보통 중소기업에서는 육아 휴직을 한다고 하면 당장 책상 빼라고 하는 게 현실이다.)도 있고, 낳은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는 부모 중 한 사람이 일을 쉬어야 하는데 그 경우 한 사람의 수입으로 세 입을 먹여 살릴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있으며, 아이를 어찌저찌 키워내긴 했는데 보낼 어린이집이 충분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도 있다. 한마디로 아이 하나 키우려면 온집안의 힘을 다 쏟아부어야 하는데, 어느 때보다도 개인주의가 강해진 한국의 청년들이 과연 그것을 하려고 하겠냐는 말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 국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좋은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그것은 양육비 지원이나 어린이집 확충도 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좋은 '국가',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여름에는 폭염, 겨울에는 혹한으로 사계절 옷을 다 갖춰야 하고 전기세는 올라가고 사시사철 가리지 않고 불어닥치는 마스크로도 막아지지 않는 미세먼지, 잊을 만 하면 날아드는 북한의 미사일, 중국과 미국의 힘 싸움 사이에서 얻어터지기 등등 한국이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고 제시할 수 있는 여건은 너무나 많다. 이런 문제에 총체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지 않는 한 출산율 상승의 꿈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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