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노답민국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송 Dec 26. 2018

[노답민국] 당신은 노령연금을 받지 못할 겁니다

고령화 (2)

노인 눈치만 보는 정부

"장관님, 이번 분석 결과를 보니 건강보험료를 대폭 올려야겠습니다."
"왜 그렇지?"
"65세 이상 노인의 평균 진료비가 연간 362만원입니다. 전체 가입자 평균은 113만원이고요."
"3배나?"
"예. 노인 인구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 이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5년 뒤, 2023년에는 건보 적립금이 0원이 됩니다. 건강보험료 올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도 그건 안 돼. 차차 이야기하도록 하지. 안 그래도 서민들 힘들다고 난리인데 건강보험료 올린다고 발표하면 다음 정권은 누가 잡겠나."

 지난 18, 19대 대선에서 예전 대선과 달랐던 점이 있다면 전반적인 복지 공약이 많이 늘어났다는 거였다. 꾸준히 복지 증진을 주장해 온 진보정당이야 그렇다 치지만, 놀라운 점은 복지는 포퓰리즘이라며 주장해 온 보수정당도 복지 예산 증액의 카드를 내밀었다는 것이다. 이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현재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복지가 대단히 중요한 문제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그 원인은? 당연히 앞서 말했듯 노인 인구 비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사람들은 세상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혹은 돌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니 인간의 총집합체인 사회와 국가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과 몇 백 년 전까지만 해도 정신병을 치료하겠답시고 두개골을 가르거나 전기충격을 가했고, 감자는 악마의 식물이라 먹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이 인간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단지 현재 이 시점에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총체적인 이성과 합리의 관점에서 정치는 그에 부합하는 움직임을 보여준 적이 별로 없다.

 오히려 정치가 움직이는 모습을 예상할 때는 정치인과 그에 결탁한 경제계, 언론계 등의 득실을 따져보는 게 훨씬 낫다. 이명박은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는가? 모든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는 구호로 서민들의 내재된 욕망을 끌어내어 대통령이 되었다. 그가 전과자라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었음에도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애써 외면했다. 일단 부자로 만들어 준다는 말에 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후 이명박의 거짓말이 차례로 들통나며 환상이 깨지는 바람에 지금 구속되긴 했지만 도덕이 결합되지 않은 이성은 이익을 향해 움직이게 마련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 선거였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인은 응당 당선을 목표로 뛰는 사람이고 그 목표를 위해서라면 앞으로 계속해서 복지 공약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래왔듯 공약은 실천과는 거리가 먼, 빈 약속이다. 예전에 누가 그러하였듯이 앞으로는 노인 복지 강화하겠다고 해놓고 뒤로는 노인정 예산도 삭감하고 노령 연금 액수도 당초안보다 후퇴시키는 후보가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다. 왜냐? 일단 당선되고 나면 대통령이 행하는 일에 딴지를 걸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억울할 것이다. 취업도 힘들고 저축도 힘들고 결혼도 못할 것 같은데 선거가 벌어지면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모두 노인에게 더 많이 신경을 쓴다. 그러나 거기에 더 표가 많이 있는 것을 어찌 하겠는가. 정치인들은 오직 표에 의해서만 움직이기에 앞으로도 8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선거 공약에서 우대 받을 확률은 미안하지만 매우 낮다. 그대들이 선크림도 안 바르고, 채소도 잘 안 먹고, 운동도 하지 않아서 빨리 겉늙은이가 된 다음에 법원에다가 주민등록상 나이가 아닌 신체 나이를 인정해 달라고 소송을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진짜 65세 이상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그 때 그대가 받을 연금을 전혀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노답민국] 초고령사회가 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