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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Dec 28. 2018

[노답민국] 국민연금 받을거라 생각하는 청년흑우 읎제?

청년 문제 (3)

우리는 연금을 받지 못할 겁니다

 이 글을 쓰는 12월 14일, 국민연금 개정안으로 온라인이 핫하다. 일정액의 돈을 확고히 받을 수 있도록 법안을 제정해 준다는 말인 것 같은데, 어째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다. 그냥 표면상으로 봐서는 나쁠 일 없어 보이는 말인데 왜들 반응이 그럴까?

 한 가지 물어보자. 당신은 당신의 수명이 얼마인지 알고 있는가? 물론 모를 것이다. 혹시 알고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 알게 되었는지 내게 말해 달라. 모월 모일에 자살할 거라는 말은 하지 말아달라. 그런 건 혼자 알아도 족하니까. 어쨌든 사람은 아무도 자기가 죽는 날을 모른다. 생사는 무슨, 오늘 잠들었을 때 내가 이불을 얌전히 계속 덮고 잘 것인지 걷어차고 새벽이 되어서 비몽사몽 간에 찾아 다시 덮고 잘지조차 모른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니 지능이 가장 높니 하지만 사실 쥐뿔도 아는 게 없는 키 큰 원숭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죽는 날을 전혀 모르는데 국민연금은 내가 일정한 나이가 되어야만 받을 수 있는 돈이며, 그 때까지는 받는 것 일절없이 오직 내기만 해야 되는 금융상품이다. 자율적 가입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의무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싫어도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돈을 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연금 수령 연령이 될 때까지 살아남길 간절히 기도한다. 아, 글을 쓰다보니 국민연금은 국민들이 연금을 받기 위해서라도 고군분투해 오래 살길 바라는 츤데레 정부의 정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뒤로, 조용히 위해주고 싶은 정부의 마음을 내가 이렇게 섣불리 공개하는 거라면 미리 사과드리고 싶다. 죄송하다.

 어째 삥 뜯기는 것 같지만 정부에서는 국민연금을 강제로 가입시켜 돈을 걷어야 할 분명한 목적이 있다. 국민연금의 창설시부터 나중에 지급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으며, 가입한지 오래된 노년층에는 지금 당장 그 연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그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 당장 거짓말쟁이가 되어 청장년층이 연금 납입을 어떻게 해서라도 중단하려 들 텐데, 혁명을 원하는 정부가 아니고서야 어찌 그런 간 큰 짓을 하겠는가. 그러니 그들은 "당신들도 꼭 받을 수 있다!"는 백지수표를 쓰며 현상 유지에 힘 쓸 수밖에 없다.

 사실 모든 사람이 이미 머리로 알고 있거나 혹은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 같아서 다시 물어보는 것조차 실례인 것 같은 질문이지만 예의상 또 한 번 물어본다. 정말로, 진심으로 지금의 20대, 30대가 나중에 정부에서 약속한 국민연금을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국민연금 지급이 불가능해질 거라는 가장 기초적인 발상은 인구 구조의 변화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지 오래고 곧 초고령화 사회로 돌입한다. 반면, 출산율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낮은 수준이라서 태어나는 아이는 없는데 평균 수명이 늘어 노인 인구 비율은 자꾸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국민연금은 이미 충~분히 쌓아놓은 돈을 서서히 푸는 게 아니라 청장년층이 버는 돈의 일부를 의무적으로 걷어 노년층의 지갑에 꽂아주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니 청장년층이 많고 그들이 버는 돈이 많을수록 국민연금의 공급이 안정적인데, 아무도 아이는 낳지 않고 심지어 삼성과 현대 등 우리나라 경제를 주도하는 대기업들조차 세계 경제 속에서 우하향으로 침몰해 가고 있다. 그러면 청장년층은 무슨 수로 돈을 벌 것이며, 우리가 그들에게 해 준 게 뭐가 있다고 노인이 된 우리를 위해 높은 액수의 국민연금을 납입하겠는가. 

 물론 정부가 국민연금을 꼭 주겠다고 이렇게 열심히 말하는 이유도 짐작은 간다. 정부에게는 국민연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와 민심을 어지럽히지 않을 의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국민연금으로 걷어간 돈이 얼만데 이제 와서 "아... 80년 이후 출생자부터는 지급이 조금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런 소리를 했다간 당장 국회에 화염병이 쏟아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물론 그들도 국가 안정과 발전을 위해, 또 국민의 심적 안정을 위해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위한 방안도 마련하고 있겠지만 글쎄요, 경제가 맛이 가고 애를 안 낳는데 대책을 마련한다고 하는 것은 비는 안 오지만 콩나물을 잘 키워보려고 한다는 수준의 논의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설령 연금을 열심히 냈고 중간에 대한민국 경제가 갑자기 좋아지면서 출산율도 높아져 노년에 쏠쏠한 연금을 타 쓸 수 있다해도 당신이 연금 받을 나이가 되기 1년 전에 죽어버리면 어쩌겠는가. 죽은 자는 억만금도 쓸 데가 없고, 우리는 언제 죽을 지 모른다. 그러니 연금을 받니 마니 스트레스 받지 말고 세금 다 제하고 손에 들어온 돈을 현명하게 쓰자. 그게 바로 인생을 현명하게 즐기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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