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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Dec 29. 2018

[노답민국] 넘쳐나는 대학, 안 없애요?

교육 문제 (1)

이미 넘쳐나는데 안 없어지는 대학들

2018 일반대(교대 포함) 201개교의 대학별 정원내 충원현황을 살펴본 결과 159개대학이 신입생 충원미달, 119개대학이 재학생 충원미달을 겪었다. 이 중 충원율90%를 넘지 못한 대학은 각 13개 32개대에 달한다. 50%에도 미치지 못한 대학은 9개교다. 

  내가 대학에 간 지 십 년이 흘렀다. 십 년은 강산도 변한다는 긴 시간이다. 실제로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나는 스무 살에서 서른 살이 되었고, 한국에선 대통령이 이명박에서 박근혜가 되었다가 문재인이 되었으며, 한국의 작은 산 몇 개는 개발부지가 되어 사라지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동안에도 결코 변치 않은 것이 있으니 바로바로바로 넘쳐나는 대학교의 숫자다.

 2016년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는 408개의 고등교육기관이 있고, 이 중 일반대학이 189개, 전문대학이 138개다. 이 중 국공립대학은 약 14%에 불과하고 사립대학이 약 86%를 차지하는데 이처럼 사립대학교 비율이 높은 나라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한다. 그런 문제는 일단 차치하더라도 사실 408개나 되는 대학교 중에 사람들이 인지하는 대학교는 몇 개나 될까? 수험생들이 모여드는 웹사이트에 가 보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서연고로 시작해 서성한(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경외시 건동홍 국숭세단 등 대학교 서열을 매기고 있고, 그 외에 지방의 국립대 및 몇 개의 유명 사립대를 희망하고 있는데 이들 대학교는 다 합쳐봐야 30개를 넘지 않는다. 많이 쳐서 40개 정도라고 해도 전체 대학교 중 10%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고(=거기를 나와야 제대로 된 대학 나왔다고 명절에 인정해 준다) 나머지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대학교를 가는 이유는 학문에 큰 뜻을 두어서가 아니다. 대학이라는 이름이 애초에 생겨날 때는 크게 학문을 하기 위해서 지어졌는지 몰라도, 지금 누가 대학에 공부를 하러 가는가. 99.9%의 학생들은 좋은 일자리를 얻어 돈도 많이 벌고 편하게 살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대학에 가는 게 필수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남들이 알아주는 대학에 가야 한다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다. 그러면 사실상 408개의 대학교 중 200개 정도는 학생들도 가고 싶어하지 않는 대학인데 여전히 자리를 잡고서 해마다 원서비도 받고 부실한 캠퍼스에 비싼 등록금을 받아가며 새 건물을 짓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없어도 될 대학교가 너무 많으니 줄이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어느 당인지 몰라도 사학재단을 결코 건드려서는 안 되고 그 분들을 놀라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여태까지도 부실대학에 대한 솜방망이 제재만 이어질 뿐, 대학교 자체는 없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면 그 이름없는 대학교는 안 가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고 반문하는 이가 있겠지만, 정말로 그런 의문을 가졌다면 지금 자기 이마를 한 대 탁 때리기 바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맞는 설날에 모든 고교 졸업예정자들은 머리털을 쥐어뜯는다. 좋은 대학교를 갔다면야 어깨 펴고 앉아 있을 수 있겠지만 부실한 대학을 갔거나 아니면 재수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부모님도 학생도 아예 명절 모임을 건너뛰고 집에서 떡국이나 끓여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학 진학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초중고의 12년 세월을 오직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그것이 학생들에게는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인 과업이 된다. 그런 상황에서 만약 합격한 대학교가 서울대처럼 이름난 학교가 아닐지언정 그럭저럭 다닐 만한 학교라고 생각되면 가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또다른 문제도 있다. 모든 사람이 서울대에 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머리가 안 좋아서 못 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1년을 더 공부하면 분명히 갈 수 있는데도 재수할 집안 형편이 안 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어떻게든 빨리 졸업해서 취직해 돈을 벌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대학은 일단 가게 되는 사람이 많고, 그러니 부실대학이면 안 가면 되지 않느냐는 가슴 아픈 질문은 하지 말자. 우리 모두 그 사람의 사정은 모르는 법이니까.

 다만 일차적인 문제는 대학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1등 대학을 가는 사람과 그보다 상대적으로 못해서 2등 대학을 가는 사람이 있는 거야 당연하지만 408번째 대학교가 정말 필요하냐는 이야기다. 정말 우리에게 그렇게 많은 대학교가 필요할까? 그들이 진정, 큰 학문을 연구하기 위해서, 그래서 학생들에게 학기당 500만원씩 받아먹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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