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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Dec 29. 2018

[노답민국] 대학과잉이 국력을 낭비시킨다

교육 문제 (2)

어쩌면 대학이 국가적 낭비

진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을 갈까 말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다 선생님과 부모님 모두 하나같이 대학은 나와야 된다고 해서 이름없는 4년제 대학을 졸업했다. 없는 살림에 대학을 졸업했더니 학자금 대출 3천만원이 남았고, 졸업장은 받았지만 취업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회사는 제아무리 작고 보잘것 없어도 이름있는 대학교 졸업생을 먼저 받으려고 했다. 진호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그의 나이 25세였다.

 모두가 의무처럼 대학교에 가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관찰되는 희귀한 현상이다. 무려 70%를 넘는 어마어마한 대학 진학률. 1990년 33%였던 대학진학률은 2008년 84%로 정점을 찍었고 지금은 하향하는 추세에 있다. 낮아진 게 지금 70%인 것이다. 다른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본조차 대학진학률은 37%로 우리의 절반 수준이며, 캐나다는 58%, 독일은 28%에 불과하다.

 명실상부 우리의 이런 높은 대학진학률은 학벌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다. 사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인데도 대학졸업자라는 간판을 가진 사람을 선호해 채용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모든 고교졸업자들이 의무적으로 대학에 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운전이나 배송 혹은 건설 등 대학교육이 필수적이지 않은 직종에서는 고교졸업자를 채용했어도 무관했을 텐데 우리나라는 희한하게 필요가 없어도 대졸자는 뽑는 문화가 정착되었다. 그러니 대학을 안 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청년의 70% 이상이 대학을 간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엄청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당장 취업해서 일을 하고 창업을 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젊은 인재들이 그저 나중에 취업을 하기 위해서 시간적으로 4년, 금액적으로는 거의 1억(4년치 등록금 4천만원과 월세와 생활비) 가까운 돈을 소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대학교 1학년이 되는 20세를 기점으로 대학교에 간 사람과 곧바로 취업한 사람을 비교하면 25세를 기준으로 대학생은 등록금으로 3천만원, 거기다 생활비와 월세로 수천만원을 더 썼을 테고 고졸자는 한 달에 150만원을 받아도 3천만원 이상의 저축을 했을 것이다. 1억에 가까운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대졸자가 20년 뒤에는 더 높은 연봉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차피 70%의 사람이 대학에 가서 대졸자라는 차별성이 없다면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 요지는 모든 사람이 고졸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대학교육이 쓸모가 없다는 것도 아니다. 대학을 나올 필요가 있는 사람만 가면 된다는 것이다.

 다행히 한국 사람들은 똑똑해서 어느 정도 대졸자들의 현실을 지켜본 후, 모든 사람이 대학을 갈 필요가 없으며 때로는 대학이 인생의 낭비가 되기도 한다는 점을 깨달은 것 같다. 그래서 진학률이 그나마 70% 근처로 떨어진 것이고, 요즘은 대학 나오는 것보다 일찍 취업해 자기만의 기술을 익히는 것이 더욱 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이야기도 젊은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많이 나오고 있다. 다니기 싫은 대학을 취업 때문에 억지로 다녀야 했던 학생들에게도, 또 그들을 위해 수천만원을 지원하고 기다려줘야 했던 학부모들에게도, 또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면서도 별 말 없이 수수방관 하며 수능제도만 자꾸 바꾸고 있었던 정부에게도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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