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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Dec 30. 2018

[노답민국] 삼전을 필두로 한 한국경제의 추락

불황 문제 (1)

삼만전자의 운명은?  

 2018년 12월 16일, 대한민국 경제계의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고, 누구도 그럴 거라 예상치 못한, 숭례문에 누군가 불 지르는 것과 같은 사건이었다. 바로 삼성전자 주가가 주당 4만원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어떤 현자는 이를 두고 이렇게 평했다.

삼성전자가 삼만전자 돼뿌렀네.

 주식을 몇 년 동안 해 온(=몇 년 동안 돈을 잃어온) 필자로서도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누가 감히 삼성전자 주가가 4만원이 깨질 거라고 예상했겠는가. 10월 말 대폭락에도 견실히 4만원대를 유지하며 등락을 반복해 온 대한민국의 희망이 바로 삼성전자였다. 우리의 호프는 왜 갑자기 무너져 버렸을까.

 우선 삼만전자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주가를 따져볼 게 아니라 주가가 경기에 선행하여 움직인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올해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통일이 되면 철도를 연결하고 도로를 만들고 공장을 지을 거라는 기대에 아직 통일은 하지도 않았는데 관련 주식들이 2배씩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즉, 사람들(혹은 높으신 분들)이 이제 삼성전자와 반도체 산업이 더 이상 성장하지 않을 거라고 예측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굳이 세계의 반도체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삼성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모두 중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가 삼성의 사업 부문에 뛰어들어 경쟁을 벌이려 한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삼성은 여태까지 잘 해 왔고 앞으로도 잘 해 나가겠지만 이미 1위에 올라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는 성장이 아니라 유지 아니면 하락 밖에 경우의 수가 남아있지 않다. 주식하는 사람들은 모두 알겠지만 특별한 성장이 기대되는 경우가 아니면 주가는 횡보 혹은 하락한다. 삼성전자의 주가 3만원대 진입은 충격적이지만 1년 뒤에 돌아보면 지금이 고점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전분야에서 사라진 성장동력  

 주가가 모든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고 할 순 없지만 경기가 나아지리란 기대가 있으면 주가가 오르고, 반대의 경우에는 내린다. 또 주가는 주가 혼자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환율, 금리, 유가 등 많은 지표와 상관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주가로 경제 상황을 짐작하는 것이 결코 의미없는 일만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2018년 우리 경제는 정말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앞서 언급한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의 대장주라고 불렸던(그리고 개미들이 많이 투자했던) 셀트리온, SK하이닉스 모두 곤두박질 치고 있고 코스피 역시 올해 2,600포인트 가까이 갔던 것이 도로 곤두박질 쳐 2,000포인트를 깨고 내려갔다가 겨우 2,000-2,100포인트 사이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수 자체가 하락했다는 것은 단지 개미들이 많이 투자한 주식만 내린 게 아니라 현대, 삼성, SK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주가가 모두 내렸다는 것이고 이는 우리 경제 전망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것을 무엇보다도 확실하게 보여준다.

 모든 언론에서도 2019년, 그리고 그 이후의 한국 경제는 더욱 안 좋아질 거라는 예측이 많은데 필자의 생각도 그러하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를 지탱해 온 산업들은 레드오션이 되거나 무너지기 시작했고,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선도해 나갈 산업은 아직까지 못 찾았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앞서 말했듯 1위 자리에 있긴 하지만 앞으로 추격 당할 일만 남았다. 바이오 역시 많은 기대를 모아왔지만 여태 기대만 계속 컸지 아직 히트를 친 적이 없다. 조선업은 중국의 저가 전략으로 인한 추격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그로 인해 2017년 아니 그 이전부터 거제도와 울산 등지의 경기가 악화되어 왔다. 자동차 역시 인도와 중국의 자동차 기업들이 부상하면서 현대가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현저히 잃어가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산업이 무너져 가는 가운데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것이 K POP과 K drama를 위시한 문화 분야이지만 애초에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영어 문화권이 아닌 나라에서 문화 산업이 히트를 친다고 해도 국가 경제 주도산업으로서는 자리 잡기가 힘들다.

 결국 지금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이라도 겨우 숨통이 붙어 있는 이 때에 무엇을 그 다음 성장 동력으로 삼을 것인지 논의를 하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데 우리 정부도 기업도 장기 계획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고 당장 눈앞의 3-5년을 어떻게 살아남을까 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이야기 하는 이유는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정부는 규제 완화를 하지 않고 있으며, 어느 경제학자나 잘나신 분들도 앞장서서 우리가 나아갈 길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하는 말이래봐야 이런 수준이다.

"기존에 잘 되고 있는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업을 보호하고 발전시키면서 4차 산업혁명과 유비쿼터스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해야 한다."

 이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나중에 반도체를 비롯한 산업이 망하면 "그러게 내가 4차 산업혁명 위주로 가자고 하지 않았나"라고 소리치면 되고, 반대의 경우에는 "역시 내가 기존의 산업들을 보호육성 하자고 했지!"라고 떳떳해 하면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런 입 발린 소리가 아니라 정말 어디로 나아가야 할 지 깊은 고민 끝에 나온 해결책과 그것을 듣고 함께 노력할 정부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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