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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Dec 30. 2018

[노답민국] 대세는 보호무역, 우리는 못해

불황 문제 (2)

외국에서 보호무역주의가 나타나는 이유  

 세계화가 진행된 이후로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고, 전후 한국은 단일 국가보다도 세계화 추세 속에서 다른 나라와 합을 맞추는 협동 국가로 성장해 왔다. 세계의 일부가 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세계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반대로 영향을 받기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3개월 이내의 코스피 지수의 변동 그래프와 미국 시장 그래프, 일본 시장 그래프를 비교해 보면 그러한 사실을 더욱 잘 알 수 있다. 미국, 일본, 한국, 유럽의 시장이 같은 모양을 그리며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나라만 잘 된다고 해서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가 좋아야 우리 경제도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지금 과연 좋은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까? 2008년 리먼 사태가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주식투자자들에게 악몽을 안겨 주었고, 그 때에 비하면 시장이 많이 회복된 것 같지만 요즘 또다시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중국과 미국이 전면 무역전쟁을 벌이며 지수가 요동치는 가운데, 세계의 경제에 위기가 오고 있다는 사실도 같이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이미 선진국으로 분류된 지 오래인 유럽의 다수 국가와 미국, 캐나다, 일본, 한국 등은 자체적인 성장 동력을 많이 상실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높은 일인당 국민소득을 올리고 있고 여전히 대기업을 많이 갖고 있지만 성장한 모습을 유지하는 것과 앞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한국에서 한강의 기적이 일어났지만 두 번의 기적은 일어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래서 이미 몇 년 전부터 차기 세계 경제의 성장세를 주도할 주자로 BRICS가 언급되었던 것이지만 사실 브라질을 비롯한 이 차기 주자들도 기존 강자들의 억누름과 자국의 엉망인 정치 상황 등으로 인해 제대로 날개를 펴지 못 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돌아가기 위해서는 생산하는 물건도 많아야 하고 판매하는 물건도 많아야 한다. 많이 만들고 많이 팔수록 경제 규모가 커지고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며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물건을 찍어내도 살 소비자가 없고, 팔리지 않으니 물건을 안 만들어내고, 만들 물건이 없으니 노동자를 해고하는 하락 사이클에 들어왔다. 이 사이클에 들어온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이 사이클을 쉽게 상승 사이클로 바꿀 수 있다고 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결국 세계 경제 전체가 침체기로 들어가는 와중에, 언제나 자국중심주의를 외쳐온 트럼프가 뽑은 카드가 바로 중미 무역전쟁이다. 미국의 무역 적자를 만드는 국가인 중국을 때려서 이제 자기 나라로 돈을 되돌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다른 나라가 망해도 미국은 살려 놓겠다, 이것이 트럼프의 의지이고 트럼프의 지지층이 이탈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미국만 이러는 것도 아니다. 미국이 그렇게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자 다른 나라도 덩달아 자국 이익을 중심으로 관계를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른 나라라고 지금 경제 사정이 좋은 게 아니니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태생적(지리적) 한계

모두가 보호무역을 해도 대한민국만큼은 할 수 없다.

 슬픈 이야기지만, 세계 모든 나라가 보호무역을 펼친다고 해도 우리나라는 절대 보호무역을 할 수 없는 입장에 놓여 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자주 일어나는 갑질 사건의 피해자 같다고나 할까. 

 우리는 태생적으로, 달리 말해 지리적으로 보호무역을 펼칠 수 없는 입장에 놓여 있다. 보호무역을 하려면 내수시장이 받쳐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에 비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결국 국내 기업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국내 소비자들이 받아낼 수 없다는 뜻이고, 그것이 가능한 미중일독 같은 국가에 비해 세계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는 어찌 흘러왔는가? 그 때든 지금이든 사람들은 항상 열심히 살았지만, 살림살이 나아졌다는 말은 단 한 번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은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그 약점을 극복해 보겠다며 문재인 정부가 노력을 하고 있는데, 글쎄다, 태생적으로 작은 나라에서 그게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 지 모르겠다. 기업들이 협박조로 말해왔듯이 국내 임금을 올리면 기업의 공장들은 가까운 중국이나 동남아 등 해외로 이전해 버리고, 우리 일자리는 줄어들며, 결론적으로 개개인의 급여는 오를지 몰라도 일자리 자체는 줄어 내수가 되려 감소하고 만다. 제발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세상에 장점만 있는 대책이 어디 있겠는가. 분명 뭐가 되어도 문제가 생기긴 할 것이다.

 이래저래 따져보면 나라가 작아도 내수가 빵빵하고 잘 사는 나라는 전부 산유국들이다. 중동을 보라. 그들이 뭐가 그리 잘나서 그렇게 부유하게 살겠는가. 그저 땅을 파면 기름이 나오는 훌륭한 자리 선정에 힘입었을 뿐이다. 이 문제를 생각하다 가끔 단군 할아버지의 위치 선정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는데, 단군께서는 요동에 자리 잡으셨으나 우리 영역을 통일 신라로 축소시킨 그 조상님들이 문제였으니 엉뚱한 선조를 욕하지 않기 바란다. 그리고 통일 신라도 저 사람 넘쳐나는 중국이 시도 때도 없이 쳐들어 오는데 작은 땅덩이를 지키는 것 외에 무얼 할 수 있었겠는가. 그저 지금 크리스마스를 탄압하는 놀라운 국가의 국민으로 살고 있지 않다는 것에 감사할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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