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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Dec 27. 2019

공익 문제는 특이점이 와야 해결될 것

 최근 한 동사무소에서 공익 근무요원(이하 공익)에게 3만 5천장의 마스크 정리를 시켰다는 공무원 이야기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사람들은 신체 정신적 문제로 인해 현역도 못 되는 사람에게 왜 그런 힘든 일을 시키느냐며 분노했고 해당 동사무소와 각종 기관에 민원을 넣어 실천적 분노를 보여주고 있다. 일견 의미있어 보이는 일이나 이번 사건은 워낙 특이하고 이슈가 되었기에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지, 사실 근본적으로 공익 그리고 군대의 강제징집 문제에 있어선 아무런 진전도 없음을 잊어선 안 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건대 공익은 지금 사회에선 그 존재를 유지함에 있어 어떠한 정당성도 없다. 공익은 현역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정신 신체적 문제를 가진 사람이며, 따라서 정신 신체적으로 건강하여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공공근로기관 등에 배치하지 못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다. 

 또한 공익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하여 시킬 때 한 번이라도 여자의 존재는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손가락이 하나 없거나 허리디스크로 밤마다 잠 못 이루는 사람도 하는 일을 어째서 여자는 못한다고 배제시키는가?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하나는 정부가 여자들에게 욕을 먹기 싫어서이고, 또 하나는 정부가 남자들이 욕하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보아온 바 문재인 정부는 여자들에게 욕을 먹기 싫어서 공익 제도를 고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그보다 더 문제인 것이 있기는 하다. 바로 남자들이 어지간해선 군대 문제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왜 군대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가? 이는 사회학자가 고찰해야 할 복잡한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우선 내 생각을 밝히자면 참을 만하기 때문에 놔두는 것이다. 전체적인 인권이 향상된 요즘, 80년대 군대처럼 폭행과 욕설이 일상이라고 생각해보라. 그럼 누가 군대를 갈 것인가? 나 같아도 맞아죽고 욕 먹다 열받아 자살하느니 그냥 감옥 갔다오겠다고 할 것이다. 물론 80년대 청년들은 그 때는 그게 당연했던데다 전쟁이 끝난지 상대적으로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보다 군인의 월급이 높아지고 휴가를 제대로 갈 수 있게 되고 동기생활관의 구성 등으로 인해 조금은 편해졌다고 생각하니, 남자들은 예전처럼 군대 처우 문제에 열을 내지는 않게 되었다. 그야말로 남자들이 폭발하지 않을 만한 수준을 국방부가 잘 찾아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국방부가 그렇게 얍삽한 계산을 해서 그런 것은 아닐 테고, 한 번에 다 바꾸어 미국식 군대를 만들기에는 예산이란 현실적 한계가 있으므로 점진적으로 향상을 시킨 것인데 그게 우연히 남자들이 '최소한 이 정도는 해줘야지.'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부합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지 간에 결론은 아직까지 공익의 처우가 너무나도 치가 떨리고 욕이 나오도록 부당하다는 공감대가 넓게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 공익이 과도한 업무에 치여 죽었는데 그 집이 사실은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고 학교 다니는 동생만 둘인데 장남이 공익으로 입영하는 바람에 집안이 풍비박산났다는 정도의 일이 생기면 아마 공익 제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 그 때까지는 참으라! 모든 부당한 것은 일시에 해소되지 않는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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