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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an 27. 2019

늙어가는 것과 낡아가는 것의 차이

새로이 익히는 것이 없다면

 몇 년 만에 친구를 만났다. 일 년 반 만에 만나는 것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근황을 물었다. 첫마디는 "잘 지냈지."였다. 그리고 우린 진짜 근황을 이야기했다. 그동안 이런 일을 하고 지냈고, 최근에는 이러한 일이 있었고, 앞으로는 이러한 일을 할 생각이라는 이야기를.

 나에겐 지나온 시간 동안 한 일도 많았지만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많았다. 거의 3년간 독학해 온 스페인어를 유튜브에 한국어 가르치기 콘텐츠를 만들어 더 발전시키고 싶은 생각이 있고, 쉬운 것 같으면서도 좀처럼 능숙해지지 못한 중국어를 학원을 다니며 본격적으로 배워보고 싶은 생각이 있고, 활동적인 사람에게 어울릴 거라며 추천받은 스윙댄스를 시작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고, 새로운 소설을 써 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폭포수처럼 쏟아내자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참 신기하다."

 뭐가 신기하냐고 묻자 그냥 다 신기하다고 했다. 이직을 염두에 두고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만 하고서 아직 실천에는 옮기지 못하고 있는 친구로서는 수많은 계획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그리고 그것들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내가 신기해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삶에서 새로워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우리는 그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낡아가는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사람은 늙는다. 시곗바늘이 1초 흐름에 따라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일제히 1초 늙는다. 예외가 없는 절대적인 법칙이며, 또한 모든 사람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150년이 지나기 전에는 장기가 수명을 다해 사망한다. 언제가 될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어쨌든 유한한 삶이라는 것이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때로 나이를 앞세워 그것을 권력이라고 들이미는 연장자를 볼 때는 더더욱 그러한 생각이 든다. 자기 인생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고, 그저 시간이 흐름에 따라먹은 나이와 쌓인 경력 밖에는 가진 것이 없으면서 자기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젊은이들에게 함부로 하대하고 홀대하는 사람을 볼 때 말이다.

 그러나 분명히 인지하고 살아야 한다. 자신을 새로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이 살아간다면 몇 살이든, 지금 하는 일에서 경력이 얼마나 되었든 그저 낡아가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20살이 되기 전부터 초밥을 쥐기 시작해 지금 80세가 넘었는데도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미슐랭 3 스타의 초밥집을 운영하는 오노 지로 씨는 이렇게 말했다.

 "초밥은 역사가 오래된 음식이라 더 이상 발전한 부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건대 그 안에도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있었습니다."

 그는 그러한 마음으로, 낡지 않고자 하는 마음으로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전까지는 스스로 새벽마다 어시장에 나가 최고의 생선을 찾아왔고 여전히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더 높은 수준의 초밥을 만들어 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나는 낡아가고 싶지 않다. 할머니 댁의 골방에 놓여있던 재봉틀처럼 쓰임새를 잃고 먼지가 쌓여가다 어느 날 버려지고 싶지 않다. 그것이 내가 언제나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고, 이미 알고 있고 익숙한 것에서도 새로움을 찾고자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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