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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Dec 28. 2018

결혼은 이미 유행지난 문화에 불과하다

 아직도 사회적으로 결혼이 이슈다. 비혼을 선언하는 사람이 늘고, 평균 결혼연령은 늦춰지고 있으며, 결혼을 하면 남자가 손해니 여자가 손해니 싸우고 있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 통계적으로 보아 결혼을 이미 '안 하는 게 트렌드'가 되었고 좀 심하게 말하자면 '안 하는 게 정상'이 되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결혼 안하는 사람을 보고 "너 왜 결혼 안하니?" 하고 구박하는 게 한국사회였다면, 이제는 결혼 하는 사람을 보고 "너 왜 결혼해?"라고 묻는 게 우리의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결혼은 따지고 보면 좋을 게 거의 없는 제도다. 원래는 사랑하는 사람을 사회제도적으로 "이 사람은 내 사람입니다."라고 선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게 결혼일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사회 안에서 가장 강력한 알파 메일이 모든 여성을 독점하고, 나머지 남자들은 유전자를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끼리 평생 다른 사람에게 눈길 돌리지 말자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맹세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디 결혼했다고 불륜을 하지 않던가? 결혼 제도가 이어져 오는 동안에도 일어날 사건 사고는 다 일어났다. 다만 결혼을 한 사람이 불륜을 하는 것과 결혼 하지 않은 사람의 불륜이 미치는 파장이 달라서 그렇지, 동사무소에서 혼인 신고한다고 바람둥이가 해바라기가 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어쨌든 사랑해서 결혼한다 치더라도 그 뒤에 생기는 불이익의 크기가 적지 않다. 일단 대부분의 사람에게 한평생 한 사람을 질리지 않고 사랑하는 게 어렵다. 가끔은 일탈을 즐기고 싶을 텐데, 유부남 유부녀가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리면 그건 바로 불륜이 된다. 심각한 문제라는 뜻이다. 또 서로 살다가 어느 날 마음에 들지 않아 이혼이라도 할라 치면 재산 분할과 양육권 소유라는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머리 아프지 않을 수가 없다.

 이쯤에서 미혼의 삶을 보라. 그들에게는 어떠한 책임도 없다. 오직 사랑할 자유와 헤어질 자유가 존재할 뿐이다. 정말 엄밀히 따져서, 기혼이 미혼보다 낫다고 생각되는 점이 도대체 무엇이 있는가. 남의 눈치 보이지 않는 출산과 육아를 할 수 있다는 것 외에 말이다. 집에 돌아가면 아내가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전통적 결혼관에 의한 상상일 뿐이고 맞벌이 시대에 서로가 서로에게 요구할 수 있는 성역할은 없다. 또 돈을 벌어다 주는 남편이 있다? 외벌이로 충분한 의사 이상의 직업을 가진 남편이 아니라면 90%의 가정에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다.

 결국 미혼 남녀가 늘어나고 결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증폭되는 것은 사회가 이상해지는 게 아니라 도리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유럽에선 동거를 하면서도 자식을 낳는 사람들이 많다. 사랑해서 자식을 낳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우리 사회가 그까지 나아갈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유교적 가치관으로 인해, 그래도 태어났으면 결혼은 해봐야 한다는 희한한 고정관념은 사라져 가고 있어서 기쁘다.

 그러니 미혼 남녀들이 그 어떤 말에도 눈치 보지 말고, 또 눈치 보다 괜히 자기 주관까지 흔들려 반억지로 결혼하지 말고 살았으면 한다. 지금도 사랑하는 사람이 도망갈까봐 혹은 아이를 갖고 싶어서 결혼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원해서' 하는 것이므로 이상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 다만 자기가 결혼하지 않은 30대 남녀라고 해서 주눅들지 마라. 그게 지금은 '트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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