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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Mar 09. 2019

지금 내 인생이 바닥이라고 느껴질 때

 새벽 5시에 잠이 깼다. 다시 자려고 눈을 붙여 보았지만 눈 아래로 온갖 잡생각만 시커멓게 스쳐 지나갔다. 답답함을 이기지 못해 불을 켜고 일어나 아침을 먹었다. 밥을 먹고 나니 포만감에 다시 잠이 밀려왔다. 지금 다시 자면 지각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피로를 이기지 못해 이불을 덮고 눈을 감았다. 뭔가 뒤숭숭한 꿈을 꾸다 깼을 때, 친구에게 갚을 돈이 있다는 게 생각났다. 곧바로 일어나 이체를 해 주고 나서 생각난 김에 더 돈 보내야 할 곳은 없는지, 이번 달에 얼마나 들 것인지 생각하다보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 생의 끝에는 언제 도달하게 될까. 나는 바닥에서 언제나 한 번 올라가 볼 수 있을까.

 감정은 흐름이다. 한 번 우울한 생각을 하면 우울함은 어디에 그렇게 숨어들 있었는지 순식간에 성난 파도처럼 밀려든다. 돈 문제로 시작한 걱정은 가족 걱정, 일자리 걱정, 노후 걱정으로 이어지고 나는 그 파도속에 잠겨 숨을 쉬지 못하고 허우적 거린다. 이런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어지러이 파도속에 흔들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감정의 흐름을 다시 되돌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한 강력한 주문이 하나 있다.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이 바닥이라면, 앞으로는 올라갈 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앞일은 누구도 모른다. 내가 정말 스스로의 양심에 손을 얹고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가족들이 채무에 허덕이고 본인도 학자금대출 따위에 시달리고 있을지라도 희망을 가지는 것이 옳다. 단순한 희망 주입이 아니라 실제로 더 이상 나빠질 요인이 없다면 나아질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정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래, 난 실패자야."라는 생각에서 빠져 나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앞날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절망에 잠식되어 무기력해져 버리고 만다.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왔는데 그 줄을 잡을 힘이 없어 놓쳐버리면 얼마나 안타까울까. 그러니 힘을 내자. 방 한가운데 서서 자신을 향해 힘있게 말하자.

 이제는 올라갈 일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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