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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Feb 12. 2019

친구야, 우린 이제 아저씨고 아줌마야

거역할 수도 없고 거역할 필요도 없는 나이의 흐름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 자전거 타는 사진을 올렸다. 물론 로드바이크를 타는 만큼 복장은 몸에 착 달라붙는 빕(소위 말하는 쫄쫄이)였다. 나는 자전거를 빠르게 타기 위해 만들어진 이 기능성 옷을 좋아한다. 자전거 기어에 옷이 걸리지도 않고, 바람의 저항을 크게 받지도 않으며, 무엇보다 날씬하고 긴 내 다리를 부각해준다. 그러나 친구의 반응은 싸늘했다.

"아저씨 같아. 제발..."


 내 친구는 동갑내기 서른한 살 여자다. 내 친구들 중에선 가장 예쁘장하게 생긴 이 친구는 내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면 세 번 중 한 번 꼴로 '아저씨 같다.'며 한탄한다. 평소에는 ㅋㅋ 하고 지나갔던 것을 이 날은 나도 내가 사랑하는 자전거 옷을 모욕(?)하기에 발끈해 이렇게 답했다.

"아저씬데 어떡해?"


 요즘 나도 인스타그램으로 친구들의 소식을 보며 내가 나이를 먹었고, 30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곤 한다. 그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기 때문은 아니다. 30대 미혼율이 50%가 넘는다고 하며, 내 친구들도 예외는 아니라서 기혼자는 거의 없다. 친한 친구들 중에 아이가 있는 친구는 한 명도 없다.

 내가 나이를 느끼는 요소는 어떻게 사진을 주로 올리는가, 어떠한 내용을 쓰는가, 그리고 얼굴에 얼마나 주름이 졌는가다.

 20대 초중반의 동생들은 사진을 직접 올리기보다 스토리를 많이 활용한다. 꼭 눌러야만 볼 수 있는 스토리는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휘발성이 있어 기록이 남지 않는다. 친구들은 꼭꼭 포스팅을 한다.

 동생들의 사진은 대개 맛있는 것을 먹었거나 좋은 곳에 놀러 간 것이다. 친구들은 별 걸 다 올린다. 그야말로 시시콜콜한 신변잡기를 두고 떠든다.

 동생들의 셀카에는 주름이 없다. 피부도 광택이 나고 매끈하다. 친구들의 셀카에도 주름이 마구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사진에는 지울 수 없는 짙은 필터의 흔적이 남아있다.

 그야말로 도자기 같은 피부와 반짝이는 눈을 갖고 있던 여자인 친구들의 '요즘' 사진을 볼 때, 나는 내가 남자이고 그것이 내 사진이 아님에도 내 나이를 실감하게 된다. 내 셀카를 잘 찍지 않고 거울을 잘 보지 않아서 모르고 살던 부분을 친구들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이다.


 친구들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질색한다. 여자인 친구들이 좀 더 민감하긴 하지만 남자인 친구들이라고 해서 다르진 않다. 많은 친구들이 나이 들어가는 것을 싫어하고, 어떻게든 '아저씨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오직 나만이 그 안에서 우리가 이미 아저씨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것 같다.

 사실 우리가 아저씨인가 아닌가는 우리 스스로가 결정할 일은 아니다.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초등학생이 "아저씨,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면 우리는 아저씨다. 물론 초등학생에겐 20대 중반의 성인도 훨씬 크고 나이 들었기 때문에 종종 아저씨라고 부르긴 할 것이다. 그러나 본질은 어쩌다 한 번 민증 검사를 받는다고 해서 우리가 아저씨로서의 나이보다 어려지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만화 <슬램덩크>의 감독님이 그랬다.

"포기하면 편해..."

 그렇다. 나이라는 것은 우리가 애쓴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간혹 동안 대회 우승자나 예전부터 동안으로 유명했던 일부 연예인들의 사진이 인터넷에 화제가 되며 '20대보다 예쁜 김 모 씨!' 하는 식의 기사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을 보며 감탄하면서도 우리 모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20대의 싱그러움이 보이진 않아. 늙었어.'

 20대에겐 20대만이 가질 수 있는 게 있고, 30대에겐 30대만이 가질 수 있는 게 있다. 장비를 갖추고 등산한 사진을 올리며 아저씨 틱 하게 노는 것은 20대에겐 허용되지 않은, 30대 이상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나이 먹기를 두려워 말라. 늙어가는 것도 두려워 말라. 오직 두려워해야 할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목매는 의미 없는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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