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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Mar 10. 2019

노콘섹스 후 방치된 아이들

당신의 섹스엔 계획이 있습니까?

자유를 꿈꾸던 여고생이 있었다. 그녀는 스무 살이 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집을 뛰쳐나가 네일아트를 배웠고, 서울의 한 원룸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집과 샵과 오가던 그녀는 외롭던 차에 한 남자를 만났다.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남자와는 일곱 살이나 차이났디만 둘 다 이십대였고, 남자는 착해 보였다. 둘은 뜨거운 사랑끝에 아이를 가졌다. 처음에 여자는 아이를 지울까 고민했다. 엄마와 친구들도 모두 중절을 권했다. 현실적으로 아이를 키우기 너무 힘들 거라고 했다. 그러나 남자는 여자가 못하겠으면 자기가 혼자서라도 키우겠다며 아이를 낳자고 했다. 결국 수술을 예정해둔 당일, 여자는 병원에 가지 않았다. 그렇게 태어난 아기를 처음에는 여자도 남자도 소중히 맞이했다. 그러나 아이는 이제 세상에 나와 우는 것 밖에 하지 못했고, 남자는 일찌감치 우는 소리에 화나 밤마다 집을 나가버렸다. 스무 살의 여자는 혼자서 아기를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친정엄마가 와서 아기 돌보기를 거의 전담해 주다시피 했고, 아기는 엄마보다 할머니를 더 따를 지경이 되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그러나 친정엄마의 배려는 곧 당연한 것이 되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자기가 돌보지 않아도 아기가 잘 자라며, 이미 아기를 낳은 여자가 매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매일 더 좋은 직장을 구하라는 장모의 잔소리도 지겨워졌다. 그는 나 몰라라 선언을 했다. 그리고 차로 다섯 시간 떨어진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버렸다.

여자도 붙잡지 않았다. 자기도 이른 나이에 벌써 아기에 얽매여 평생 남자와 사는 것은 싫다고 했다. 남자는 떠나갔고 여자는 매달 양육비 50만원을 받기로 했다.

그 후 여자는 양육비를 받았지만 아기는 돌보지 않았다. 처음부터 쭉, 아기는 할머니가 돌보고 있었다.

여자는 요즘 여섯 살 아기를 두고 머나먼 서울까지 남자를 만나러 다닌다. 한 번 가면 3박 4일씩 남자의 집에 머무르다 오곤 한다. 스물여섯 살의 그녀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


아기는 괜히 태어났다.

태어나지 않았어도 될 세상에, 노콘질싸를 고집한 무식하고 무책임한 두 남녀에 의해 강제로 출생을 맞이했다.

참으로 불쌍하지 않은가.

할머니가 돌봐주니 괜찮지 않냐고? 여기에 더 할 이야기가 있다.


아기를 낳은 여자는 자매 중 둘째였다. 여자의 언니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서 남자를 신중히 만났고, 고심끝에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다.

할머니의 관심은 단번에 갓 태어난 아기에게 쏠렸다. 제 어미도 아비도 돌보지 않는 여섯 살짜리 천덕꾸러기보다는 어미가 사랑으로 돌보는 갓난아기가 열 배는 더 귀여웠다. 이제 여섯 살짜리 아기는 할머니마저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이 고아 아닌 고아는 누가 만들었는가?

바로 콘돔 하나 낄 줄 모르는 저능아들이다. 아기를 낳으면 양육에 얼마나 많은 시간, 돈, 노력, 사랑이 필요한지 모르는 머저리들이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태어나지 않았어도 될 아이에게 생명을 준 뒤 모른 체 해버린 파렴치한 범죄자들이다.


이런 식으로 수많은 아이가 태어나고, 방치되고, 끝내 상처를 안고 살아가다 사회의 사각지대 안으로 편입되어 범죄자가 되어버리곤 한다.


나는 묻는다. 섹스에 미쳐 마약을 하고 클럽에 가고 가슴골을 노출하고 물뽕을 먹이는 미친 남녀들아. 너희들의 음경과 질이 오직 쾌락을 위해 가운데 얇은 막 하나없이 만난 대가로 태어난 생명이 어떤 대가를 치를지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그랬다면 아이를 낳을 일도 없었겠지만, 혹시 절정의 쾌락이 지나간 후 아이가 생겼다는 걸 알았다면 누구도 행복하지 못할 출산을 하느니 차라리 지우길 권한다. 최소한 아이가 엄마와 아빠와 할머니에게 외면받을 비참한 일은 없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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