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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un 13. 2019

나의 고민이 불경으로 인해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법륜, <금강경 강의> 독후감

 인생에는 고민할 게 참 많습니다. 돈을 어떻게 저축하고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해야 하며, 가족의 불화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며, 나의 꿈은 어떻게 실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너무나 많은 고민이 넘쳐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을 때가 많습니다. 내가 <금강경 강의>를 읽게 된 것은 지혜로운 부처님의 말씀 안에서 무언가 해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베풀고도 보답을 받지 못해 화를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가족들에게 무언가를 해주고나서 그들이 충분히 고마워하지 않으면 섭섭하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지극히 이기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이 고민에도 금강경과 법륜 스님은 답을 해 주셨습니다.

 빚을 갚는 사람과 같은 자세가 바로 무주상보시의 마음입니다. 마치 빚 갚는 마음으로 '원래 당신 것이니 도로 가져가시오' 하는 마음으로 베풀 때, 양보했다는 상을 버리고 양보할 때, 비로소 상대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해집니다.

 베풀었으니 무엇을 바랄 것이 아니라 마치 내가 그 사람에게 빚이 있어서 갚아야 할 것을 준 것처럼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나도 가족에게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그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나는 한의대에 입학하면 행복이 찾아올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행복은 거기에 있지 않았습니다. 나는 또 취직하면 행복이 찾아올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다른 고민이 계속해서 찾아왔습니다. 행복이 어딘가에 있으리라 믿으며 전진하는 우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언젠가는 행복이 손에 잡히길 바라며 여기저기 바람과 기대의 씨앗을 심고 있습니다. 대학만 진학하면, 취직만 하면, 결혼만 하면 행복이 올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을 나왔고, 직업을 가지고 있고, 결혼도 했지만 여전히 불행합니다. 왜일까요? 큰 바람과 기대의 씨앗을 심었기 때문에 작은 성과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요? 

 불교에서는 복을 쌓는 삶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또 어떻게 살아야 할지 궁금해집니다. 불경을 읽으면 될까요? 아니면 스님이 되어야 할까요? 여기에 대해서도 무척 간단하지만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답이 있었습니다.

 복을 닦기 위한 첫걸음이 악을 멀리하고 선을 닦는 지악수선의 삶입니다.

 그렇습니다. 복을 닦는 것을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최소한 악을 멀리 하고, 그 다음에 선을 행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간결하고 분명한 답입니까.

 나는 또 이런 고민도 있었습니다.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어떨 때는 A라는 말이 맞는 것 같고, 어떨 때는 B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부동산에 투자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폭락할 것 같은 두려움이 들고, 주식에 투자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망한 개미들이 생각납니다. 어떨 때는 효도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고, 어떨 때는 내 자신에게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좋은 말이 있습니다.

 물이 그릇에 따라 모양을 바꾸듯 인연 따라 그때그때 바뀌어야 문제가 없습니다.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를 읽고서 가장 도움이 된 한 문장을 고르라면 나는 위의 문장을 꼽겠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이야말로 때와 장소와 상황을 가리지 않고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참된 지혜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원래 일주일에 한 번은 여행을 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야!"라는 상을 가지고 있다 칩시다. 이 사람이 주말에 일이 생겨 여행을 가지 못하면 가슴에 답답함이 맺힙니다. 지금 하는 일을 관두고서라도 자신의 고집을 지키고 싶어집니다. 그러면 직장에서도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머릿속엔 여행을 가고자 하는 욕망이 가득차며, 따라주지 않는 현실 때문에 괴로움마저 생겨납니다.

 그러나 이 사람이 마음을 바꾸어 "나는 이주일에 한 번만 여행을 가도 충분해."라고 생각한다면 모든 문제는 순식간에 구름처럼 흩어지며 사라져 버립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스스로를 바꾼다면 고통과 행복은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상에 대한 집착을 많이 버릴 수 있었습니다. 나에게 돈을 꿔 달라는 친구, 돈을 빌려주고는 싶지만 나도 돈이 없어서 괴로운 마음, 빌려줬다가 떼일까봐 의심하는 마음, 나에게 돈이 왜 없을까 분해서 생기는 억울한 마음 같은 것들이 모두 상입니다. 그저 '친구는 돈이 필요하구나. 나에겐 돈이 없구나. 할 수 있는만큼 도와주어야지.' 하고 정말 그대로 하면 될 일입니다. 친구가 요구하지도 않는 죄책감은 내 스스로의 마음에서 생겨난 것인만큼 스스로 없앨 수도 있는 것이지요.

 끝으로 또 하나 새겨둘 만한 내용을 첨부합니다.

 꿈과 같고 꼭두각시와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으며, 또한 이슬과 같고 번개와 같으니 마땅히 이와 같이 관할지니라.

 우리가 붙잡고 살아가는 상과 집착은 모두 꿈과 같은 것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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