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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Aug 09. 2019

일본식 옛이야기와 판타지의 기묘한 결합

쓰네카와 고타로, <금색 기계> 독후감

 작품이 재미있어도 좀처럼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나지만 이번에는 이 작가의 이름을 외워보려고 한다. 쓰네카와 고타로. 이 작가는 일본인이며 <야시>로 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전작 <야시>를 읽고나서 가벼운 흥분에 휩싸였었다. 

 '나도 이런 소설을 써야지!'

 할머니 무릎에 누워 듣는 옛날 이야기처럼, 신비하지만 무섭진 않고 묘하게 사람을 빨아들이는 매력을 가진 소설이었다. 


 이번 소설 <금색 기계> 역시 분위기를 따지자면 전작 <야시>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야기의 중심 인물은 셋이 등장한다.

 한 명은 구마고로. 이 남자는 타인의 적의를 읽을 수 있다. 누군가 구마고로에게 적개심을 품으면 구마고로는 그것을 시커먼 무언가의 형태로 본다. 그것이 살의가 되면 검은 안개가 되기도 한다.

 또 한 명은 하루카. 이 여자는 자신의 손으로 생명을 거둘 수 있다. 상대에게 손을 대고 생명을 거둔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행해진다. 단 그 생명 거두기는 잔혹한 형태가 아니며 상대는 안락한 기분과 함께 세상을 떠난다.

 이 둘이 유곽에서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시간적으로 미래로 향하는 일변도의 방향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독특한 형태를 띤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중심 인물은 금색 기계다. 이 소설의 제목이자 독특한 분위기를 만드는 핵심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금색 기계라는 제목 때문에 나는 이 소설이 대체 무슨 내용일까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복잡한 게 아니었다. 그냥 말 그대로 금색 기계가 이야기 속에 등장한다. 그런데 이 금색 기계가 독특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은 이 이야기의 배경 자체는 옛날,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시대쯤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푸줏간에 갑자기 스테인리스 합금으로 만든 인체형 로봇이 떨어졌다고 생각해 보자. 황당하면서 재밌을 것이다. 그게 바로 소설 <금색 기계>가 갖는 대표적 매력이다.


 소설의 장르나 작가를 떠나서 가장 큰 가치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호기심을 자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제시하고, 빈틈없는 이야기를 가지고 독자를 유혹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금색 기계>는 뛰어난 소설이다. 그리고 나는 <야시>에 이어 다시 한번 쓰네카와 고타로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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