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송 Aug 09. 2019

택배 상하차 하며 지킨 만화가의 꿈

이종철, <까대기> 독후감

몸도, 마음도 파손주의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물론 내용이 어느 정도 무거우리란 건 예상할 수 있었다.

 표지에 택배 그림이 있었고, 택배 일이 힘들다는 건 해보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수많은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 경험담이 넘쳐난다.

 "절대! 상하차 알바만큼은 하지 마라!"

 "시급 받은 것보다 치료비로 나가는 게 더 많다!"

 "한 번 하고 사흘을 앓아누웠다."


 그 악명이 너무나 높아서일까,

 나는 아르바이트 공고를 볼 때 단 한 번도 택배 관련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일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매일 택배를 받을 수 있고, 그 대가로 겨우 2,500원을 지불한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까대기>는 택배 까대기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온 만화가의 이야기다.

 이종철 만화가는 데뷔 전 서울에 올라와 만화를 그렸는데, 그 때 생계를 위해 집 가까운 곳에서 까대기 알바를 시작했다.

 보통 하는 중간에 도망치거나 하루 하고 안 나온다는데, 이 만화가는 원래 체력이 좋은 건지 돈이 절실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단지 집이 가까웠기 때문인지 계속해서 이 일을 해 나간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하나하나 만난다.

 처음부터 일을 함께 하다가 중간에 사라진 우 아저씨, 어느 날 나타나 제대로 권리를 챙겨달라고 항의한 xx (미안하지만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다만 경찰 시험 준비를 하다가 경호원이 되었다고 책 말미에 나오는 것 같다.) 등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주워 담는다.


 책을 읽으며 보니 인터넷의 경험담은 과장된 게 아니었다.

 도리어 축소된 면이 있다 싶을 정도로 까대기 일은 혹독했다.

 이 책이 경험담으로서 가장 가치가 있다고 느껴진 점은 바로 사계절을 담아냈다는 것이다.

 가을이면 추석 선물이 쏟아져 들어오고, 겨울이면 김장 배추가 쏟아져 들어오는 하차장의 사계절.

 그런 현장에서 닳아빠진 목장갑을 끼고 중간에 믹스커피 한 잔 마셔가며 사계절을 견뎌본 젊은이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혹독한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몸과 마음을 다치지 않고 끝까지 만화를 그려 데뷔한 작가가 존경스럽고 또한 고맙다. 

 이런 따뜻한 만화를 남겨주어서 고맙다는 뜻이다.


 오늘이 힘들었던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은 만화다.

 마지막에 나오는 말이 참 따뜻하고 좋았다.


몸도, 마음도 파손주의
매거진의 이전글 일본식 옛이야기와 판타지의 기묘한 결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