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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ul 26. 2019

등단 할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흥미로우면서 조금은 우울하고 재밌는 이야길 해볼까 한다.


 어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 있기에 다시 걸었더니 얼마 전 내가 응모한 신인상에 당선되었다고 했다. 순간 파도처럼 밀려오는 기쁨을 만끽하며 감사하다고 말하자 그 분께서 약간의 조건이 있다고 하셨는데, 말씀하시길 “**21을 평생 구독하는 비용 56만원과 본인의 글이 실릴 이번호를 20권정도 구입할 돈을 내면 된다.”고 하셨다. 권당 1만 2천원이라고 하니 도합 80만원 정도면 나는 ‘등단 소설가’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거기에 덧붙이시길 “내일까지 말씀해주셔야 저희도 다른 분께 또 연락드릴 수 있고...”라고 하셨다.


 전화를 끊고 나는 생각했다. 이것이 정말 내가 소설가로서 가치 있는 작품을 써냈다고 인정받는 등단인가, 아니면 그저 등단이라는 타이틀에 홀려 돈을 내고 사게 되는 등단인가? 솔직히 **21의 이름으로 등단한다고 해서 내가 아주 형편없는 소설가라는 뜻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12편의 소설이 접수되었고 그 중 4명을 선발했다고 했으니까 12명 중 최소한 4등은 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5등이고 4등이 등단을 거절한 거라면? 최악의 경우에는 8명이 거절하고 나는 최하위 4명에 불과했다면? 정말 그럴지도 모르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등단을 거절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다. 나는 등단 작가라는 타이틀을 원하지만 돈을 주고 사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나는 누군가 거절한다고 해서 다음 순위로 넘어가는 신인상이 아니라 만족스런 작품이 없으면 신인상을 선발하지 않는 자존심 있는 문예지의 작가가 되고 싶다. 이번 등단이 지나간 후 다시 내게 등단의 기회가 올지 안 올지 나는 모른다. 그렇기에 조금의 두려움도 있다. 이번이 비록 상업적일지언정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그러나 나는 단호히 이 기회를 찼다. 첫 소설을 낸 지가 15년인데 아직도 등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절박한 초조함으로 다시 진짜 작가들의 싸움터에 뛰어들어야 할 때다.



 여담으로 **21에서 등단한 사람들에 대해서 구글링을 해 보았다. ##기업 전무, ##신문사 아나운서 출신 등 사회에서 내노라 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이들도 같은 유혹을 받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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