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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Aug 10. 2019

톨게이트 직원 해고하고 하이패스로 바꾸면 행복할까요?

기계 도입으로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하자는 주장에 대하여

 얼마 전 어떤 야구 주심의 판정이 논란에 올랐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기에 스트라이크존에서 측면으로 볼 2개는 빠진 것 같은데도 스트라이크를 줬다는 게 이유였죠. 선수는 열이 받아 나가다 말고 정수기를 걷어찼고 애꿎은 정수기가 박살났습니다. 야구 경기에서 꽤나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항상 야구 커뮤니티에는 하나의 주제로 게시판이 도배됩니다.

 "스트라이크존 판정은 기계가 훨씬 더 정확할 텐데 왜 대체 AI 도입을 하지 않는 것이냐?"

 기계 판정을 도입하면 시비가 생기지 않을 뿐더러, 심판별로 다른 스트라이크존을 분석하기보다 선수의 기량 강화에 더욱 집중해 더 재밌는 야구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기계 판정이 더 정확하고 인건비도 안 드는데 왜 연봉 수천만원씩 들여가며 계속 심판을 고용하는 걸까?


 글쎄요, 어떤 분은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프로 지망하며 훈련하던 선수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라도 심판은 필요하다."

 저는 잘 모르겠지만, 운동을 하던 모든 지망생들을 구제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에게 일자리가 생긴다면 그 사람에겐 분명 좋은 일이긴 하겠지요.


 그런데 오늘 어떤 환자분께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 분은 톨게이트에서 돈을 받는 직원이신데 이번에 구조조정이 일어나서 10% 이상의 인원 감축이 있었고, 거기에 자신이 포함되어 집회에 다닌다고 하시더군요.

 원체 건강이 약하신 분이라 치료를 받고 계시는데 이 더운 날씨에 집회라니, 나가면 안 좋다고 말씀은 드렸지만 안 나갈 수가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사실 저도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갈 때마다 생각하긴 했습니다.

 모든 통로를 하이패스로 바꾸고 모든 자동차에 하이패스 단말기를 부착하도록 의무화하면 톨게이트 정체도 안 생기고 인건비도 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

 그건 바로 기계의 효율이 낫다고 해서 모든 것을 기계로 대체하다간 일자리를 부지하는 사람이 얼마 없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서 기계를 발명하고 발전시키는 건데 도리어 기계가 인간의 삶을 망치게 되는 것이죠.

 제가 직접 곁에서 톨게이트 직원의 사정을 듣지 않았더라면 저는 전통로 하이패스화를 주장했을 겁니다. 그건 내 일자리와 관계는 문제는 아니거든요.

 그러나 아는 사람이 얽히자 이 문제는 무척 어려운 문제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같은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에 대해서 답을 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과연 10년 뒤에도 우리는 기계에 맞서 우리 일자리를 잘 부지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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