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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Dec 10. 2019

아이 갖기 전 계산기부터 두들겨야

2019 대한민국 양육비 계산기

 흔히들 출산과 육아는 현실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닥치지 않은 현실은 현실이 아니다. 지구는 언젠가 멸망하고 인류도 언젠가 멸망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석유 고갈도 일어날 일이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일상에서 지구멸망과 석유고갈에 대한 위협을 느끼지 않고 산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평안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동물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출산과 육아는 인생을 바꾸는 힘을 갖고 있다. 물론 안 좋은 쪽으로 말이다. 애기가 태어나면 그저 젖이나 물려주고 기저귀나 갈아주고 둘이 먹던 밥상에 숟가락 하나만 더 놓으면 될까? 절대 그렇지 않다. 아기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 신생아의 몸무게가 4kg으로 성인의 1/15이니까 밥을 한 숟가락 먹이면 될까? 물론 아니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권한다. 현실적으로 양육비가 얼마나 들지 계산은 하고 출산 계획을 세우라고.

 http://baby.donga.com/2019-10-10-born-and-raise-receipt/01_receipt/index.php

 대한민국 양육비 계산기라는 사이트를 오늘 알게 되었다.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버튼을 누르며 나는 점점 사태가 심각함을 알게 되었다.

 일단 아이를 처음 낳을 때까지 드는 돈이 500만원 가량이다. 나는 태교여행을 국내로 갈 것을 골랐고, 많은 돈이 드는 자연주의 출산은 고르지 않았다.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병원에서 자연분만을 시도하고, 산모가 고통스러워하거나 필요할 경우 제왕절개를 해야 한다는 주의다. 그럼에도 500만원이 들었다.

 계산기는 출산 이후의 지출도 셈해준다. 출산 후 돌까지 각종 예방접종 비용에다 일회용 기저귀, 그리고 산모를 돕기 위한 도우미 고용 등등의 비용이 들었는데 도우미 비용만 한 달에 170만원이 들었다. 내가 한 달에 쓰는 생활비가 200만원 남짓한 돈임을 감안하면 정말 사람 하나 더 먹여살리는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다.

 대학까지는 내가 지원해 주는 걸로 해서 계산하자 총 생애양육비용은 7억이 넘었다. 물론 25년 정도에 걸쳐서 내는 돈이니까 일년에 3천만원 정도 드는 셈이다. 뭐, 맞벌이를 하면서 내려면 못 낼 돈은 아니지만... 이 돈을 나를 위해서 쓰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미혼인 내겐 아이를 갖고 키우는 기쁨이라는 것이 전설 속의 드래곤만큼이나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라서 이런 말을 하는 거겠지만, 아무튼 낳기 전에 현실적인 계산부터 하고 봐야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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