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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an 06. 2020

이연복,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의 인생 이야기

이연복, <사부의 요리> 독후감

 우리는 유명한 사람들에게서 영향을 쉽게 받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검증된 사람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TV에 등장하는 요리사보다 더 신뢰가 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수십년간 식당을 경영했고, 손님들로부터 맛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지금 요리사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만약 맛없는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TV까지 나올 수 있었겠는가?

 이러한 관점에서 요리사 이연복의 책을 읽는 것은 아무런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우선 보증할 수 있다. 책이 재미가 없을 수는 있다. 그건 개인적 취향이니까. 그러나 이 책이 아무것도 검증되지 않은 헛소리는 절대 아니다. 이연복의 인생은 요리 그 자체고, 지금도 목란은 문전성시를 이루며 영업 중이기 때문이다.

 

 상당히 가벼운 마음으로, 요리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 거라 생각하고 펼친 책이지만 뜻밖의 깊이에 놀랐다. 생각해보면 아주 가벼운 이야기만 나오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띠지에 적혀 있듯이 43년 경력을 가진 사람이 아닌가.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한 사람, 특히 실력 있는 사람은 일상에서도 범상치 않은 기색이 묻어나오기 마련이다.

 사실 나는 요리사 이연복에 대해서 잘 아는 편은 아니다.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하고 그로 인해 많이 유명해졌다고 알고 있는데 틀릴 수도 있다. 단지 중화요리사이며 요리를 잘한다는 것만 아는 정도다. 그의 식당인 목란에도 가본 적이 없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나서 인간 이연복을 좋아하게 되었다.

 <사부의 요리>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 이연복을 정의하자면 한마디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정의로운 사람'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도 있고, '자식에게는 조금은 매정해 보이는 사람'이라고도 붙일 수 있다. 인간에겐 여러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와 닿은 것은 이연복이란 사람은 정말 매사에, 특히 자기가 하는 일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음식의 기본은 재료이다. 요리를 하는 사람이 누구나 오너 셰프로 일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음식점을 하는 사람이 모두 다 자기가 직접 요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음식을 직접 만들든, 음식점을 경영하든, 재료의 중요함을 몰라서는 안 된다. - 본문 중

 재료에 대해 말하는 태도를 통해 그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나는 한의사이며 아직 내 업장을 갖지 못한 봉직의(월급을 받는 의사)다. 남의 밑에서 일하는 입장이지만 언젠가는 내 한의원을 차려야 할 예비 자영업자로서 늘 고민이 많다. 한의원은 몇 평이나 되어야 할까, 처음부터 광고비를 많이 들여야 할까, 아니면 작게 해서 소소하게 키워 나가야 할까? 주차장은 꼭 있어야 할지, 내 실력이 중요한 건지 마케팅이 중요한 것인지 별의별 고민을 다한다. 이런 내게 요리사 이연복은 자영업자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도 알려주었다.

 우리는 여태 그렇게 해왔다. 그저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 아마 운도 따라줬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서'보다 중요한 건 '무엇을 어떻게'이다. 내가 열심히 실력을 닦으면 음식이 맛있어지고, 음식이 맛있으면 자연히 소문이 난다. 소문이 나면 내가 어디에 있든 사람들이 찾아온다. 내 실력, 내 음식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어디에 가든 손님이 안 들까 봐 걱정하는 일은 줄어든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빼고 나면 모든 자영업자에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물론 이연복의 말처럼 '운'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실력이 아주 좋은데 망하는 자영업자도 드물지만 있을테니 말이다. 다만 내가 내 실력에 믿음이 없다면 남이 어떻게 믿음을 가지며 또한 사랑해 주겠는가. 그 실력을 쌓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자영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태도라고 생각한다. 정말 기본적인 이야기지만 이연복이 그런 기본을 강조하는 사람인 것이다.

 올해 가장 처음 읽은 책인데 화교인 이연복의 인생이야기가 독특하고 재밌어서 술술 넘어가기도 했고, 한 분야의 대가가 들려주는 진솔한 마음이 아주 좋았다. 딱히 독자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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